여당은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이라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안을 제출했고, 한국당도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연설 방해 행위로 맞제소에 나설 방침이지만 두 당 모두 과거 막말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을 향한 막말의 역사는 과거 권위주의적 성격의 정권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크게 보인 김대중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최초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을 깎아 내리기 위해 당시로서는 생소하게 공개 석상에서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홍신 의원은 1998년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재봉틀)으로 박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가 모욕죄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부영 의원은 제정구 의원이 1999년 폐암으로 사망하자 "김대중 대통령 때문에 억장이 터져 'DJ 암'(DJ는 김 전 대통령의 약칭)에 걸려 사망했다"고 말했다.
빈민 운동가였던 제 의원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 은퇴를 주장해왔던 점을 빗대 표현한 것이지만 현직 대통령을 암으로 묘사한 것이다.
노무현정부 들어서는 막말의 수위가 더 높아졌다. 노 전 대통령 본인이이전 대통령들보다 다소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자주 사용한데다 탈권위화 또한 진전됐기 때문이다.
집권 1년차인 2003년 6월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노 전 대통령의 일본 순방을 "한국 외교사의 치욕으로, '등신 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무성 의원은 같은 해 9월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반말을 했으며,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생긴 것이 (개구리와) 똑같다"는 발언마저 나왔다.
2004년에는 나경원 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심재철, 이혜훈, 정병국, 주호영, 박순자, 송영선, 정두언, 주성영 등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이 당 의원극단 '여의도'가 제작한 '환생경제'라는 연극을 통해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풍자극이라는 예술의 이름을 빌은 당시 공연에서는 '육실할 놈', '노가리', '개잡놈' 등 비속어가 여과 없이 쏟아졌다.
당 대변인 논평의 수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여옥 대변인은 2005년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운 뒤에 나와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을 미숙아에 비유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비난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도 동참했다. 그는 2007년 민주동지회 신년회에서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그 입을 닫게 해달라'는 것 뿐"이라며 대통령에게 입을 닫으라는 비난을 가했다.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의 막말을 "국가원수 모독"이라며 비난했던 현 여당도 정권 교체 후에는 비슷한 수준의 저질 공세에 나섰다.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현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2009년 대정부질문에서 '쿠데타 정권', 외모를 비하한 '쥐박이', 부동산 투기를 비난한 '땅박이', 뇌의 용량이 2메가바이트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의 '2MB' 등을 쏟아내며 논란을 일으켰다.
천 의원은 1년 후 '이명박 독재 심판 결의 대회'에서는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개혁특별위원회도 공식 블로그에 이 전 대통령을 쥐에 비유한 내용의 만화를 게재해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비난의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
2013년 7월 민주당 원내대변인이던 홍익표 의원은 "만주국의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존재로 묘사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홍 의원은 결국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해 12월 현 충남도지사인 양승조 의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를 무기로 공안 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로 인해 암살당할 것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며 암살 가능성을 언급해 국회 윤리위 제소를 당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막말성 비난에는 진보정당들도 동참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는 2013년 박 전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지칭했다가 국가원수 모독이라는 비난을 맞았다.
20여년 동안 이뤄진 정치권의 국가 1인자 대통령 흠집내기는 판에 박힌 듯 같은 양상으로 진행됐다.
여당일 때는 한결같이 "국가원수 모독"이라며 야당의 공격을 비난했지만 야당일 때는 "야당 의원이 그 정도 말도 못하느냐"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는 논리를 펼쳐왔다.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4년 '환생경제'를 관람하며 크게 웃는 모습을 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추후 대통령이 된 2014년에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스스로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하는 모순을 보이기도 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반복인 셈이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에 대한 막말성 비난은 이슈가 있을 때 이를 활용해 정국 주도권을 쥐어보려는 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여당 간의 신경전으로 번져왔다"며 "정치를 향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에 발맞춰 정치권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