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통역만을 대동한 채 마하티르 총리와 20여분간 사전 환담을 갖고 '상생과 포용'이라는 양국 국정철학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사전 환담에서 마하티르 총리가 1980년대부터 한국 등과의 전략적 협력에 중점을 두며 추진했던 '동방정책'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조화를 통해 양국 국민이 체감할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내자고 제안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공감하며 향후 협력을 확대하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1시간 가량 이어진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장에서 "양국 국민 간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며 "양국 인적 교류가 한 해 100만 명에 이르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평가하고, 내년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문화교류 행사들을 추진해 국민들의 우정과 신뢰를 더욱 돈독하게 다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양국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말레이시아 양자 FTA를 추진해 양국간 교역과 투자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당성 공동연구부터 절차를 속도있게 진행해 올해 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협상 타결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로 양국 교역품목의 90% 정도가 무관세로 개방돼 있지만, 일부 품목은 제외돼 있어 문 대통령이 언급한 양자 FTA가 타결되면 우리 기업의 시장 진출이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양국 정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동 대응해 ICT, 빅데이터, 스마트 제조, 미래자동차, 보건과 의료 등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또 코타키나발루에서 추진하기로 한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을 높이 평가하고, 지능형교통시스템 분야 협력도 확대해 가기로 했다.
한국이 앞서있는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기술을 적용해 코타키나발루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도 양국간 기술과 노하우의 강점을 공유하기로 했다.
아울러 육상·해상항공 등 교통 전 분야에서 화물·여객 수송, 안전·보안, 친환경 교통, 지능형 교통체계(ITS) 등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
2조 달러가 넘는 전세계 할랄(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 시장을 말레이시아가 선도하고 있는 만큼, 한류와 더불어 제3국 할랄 시장 공동진출 등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할랄인증기관 간 교차인증 확대 및 할랄식품 공동연구 등 구체적 협력 사업들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는 문 대통령과 마하티르 총리 정상회담 직후 4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먼저 '제조업 4.0 대응을 위한 산업협력 양해각서'를 통해 전기차, 스마트제조, 의료기기 등 첨단 산업 분야를 공동으로 연구해 4차 산업혁명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또 '교통협력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말레이시아 교통 인프라 건설사업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지원하기로 했다.
'스마트시티 협력 양해각서' 및 '할랄 산업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해 각각의 산업에서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책, 나아가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마하티르 총리는 한반도에서의 역사적 상황 변화를 끌어낸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주도적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마하티르 총리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변함없이 지지했고, 북한이 아세안 및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압둘라 국왕 내외가 주최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한 뒤 내일 세번째 순방국인 캄보디아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