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왕별희 아니에요"…판소리와 경극의 이색 콜라보 창극 <패왕별희>

국립창극단의 기획 작품 중화권 유명배우 우싱궈가 연출 맡아
판소리 살리고 경극의 화려한 퍼포먼스 더해

사진=조은정 기자
국립창극단이 중국의 '경극'과 한국의 '창극'의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다. 창극 <패왕별희>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특히, 중화권 유명 영화배우이자 50년간 경극을 수련해온 우싱궈가 연출을 맡았고, 대만의 유명 무용수 린슈웨이가 극본 및 안무를 맡아 주목을 받고 있다. 의상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예진텐이 맡았다.


경극은 배우의 손끝 하나로 세상을 표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작이 정교하다. 반면, 창극은 소리꾼의 소리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몸짓인 '발림'은 유연하고 즉흥적이다. 발성에 있어서도 경극은 고음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반면, 판소리는 내리치면서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소리와 동작이 전혀 다른 두 장르를 결합하는 것은 새로운 모험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우싱궈는 12일 JW동대문메리어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판소리는 한국의 가장 중요하고 빛나는 보물이다. 판소리를 듣고 한국 민족의 용감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패왕별희라는 작품은 2천년 전의 역사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모든 배역을 판소리로 한데 묶으며 작품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극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이 많고 손짓과 동작 등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있다. 창극과 경극을 융합하는데 있어서도 시각적, 퍼포먼스적 부분을 고민했다"며 "판소리를 깨거나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판소리를 유지한 채로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는 노력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패왕별희>는 우리에게는 장국영 주연의 영화로 각인돼 있지만 중국의 전통 경극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초한전쟁에서 항우와 유방의 대립과 항우가 패하고 연인 우희와 이별하는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경극 특유의 화려한 의상과 배우들의 섬세한 손짓, 몸짓은 이어가면서도 소리는 한국 전통 판소리로 채워진다.

작창과 음악감독을 맡은 이자람 감독은 "경극과 창극이 만났을때 음악이 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숙제로 두고 작업했다"며 "두 장르의 결합에 대해 저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엊그제 연습을 봤을 때 경극과 창극이 만나는 것 자체로 뭔가 일이 벌어지기기 시작한 것을 목격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배우들도 경극의 몸짓을 익히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경극 특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허종열 배우는 "경극은 발림이 정립돼 있는데 창극은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보니 그때그때 다른 경우가 많아서 창극도 좀더 정립화했으면 한다"며 "판소리 소리의 힘과 경극의 동작의 힘이 만나서 융합이 잘 되겠다는 설레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전통을 소재로 한 현대화 작업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며 "국립기관이기 때문에 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유명한 경극 작품을 한국의 판소리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인 만큼 장르나 문화를 초월한 특별한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창극 '패왕별희'는 4월 5일부터 4월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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