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가세해 나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당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유력 통신사에서 제목으로 삼았던 것"을 따왔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이 발언의 출처는 지난해 9월 블룸버그 통신의 한국 주재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제목이다.
지난해 9월 26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남한의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 그대로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동안 그를 칭송하는(singing his praises) 사실상의 대변인을 뒀다"며 "그는 한국의 대통령 문재인이다"라고 전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한국인 이유경 기자다.
블룸버그 통신의 한국 주재 기자인 그는 청와대 외신 기자단에 등록돼 활동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를 한국 정부 리포터(Korea government reporter)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국내 한 통신사와 AP통신에서 기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기사의 반향은 매우 컸다. 우리 언론들은 미국 언론이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보도했다며 그대로 인용했고, 조선일보는 <외신 "文 대통령, 김정은 수석 대변인됐다">는 제목의 사설까지 쓰기도 했다.
자유한국당도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타난 것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당시 나경원 의원은 SNS에 '김정은 대변인' 표현을 인용하며 "문재인 정부는 대북제재 구멍 내기를 시작할 것"이라거나 "평화프로세스는 거의 중간 역을 지나 종착역으로 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시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긍정적으로 보도한 외신도 적지 않았다. 시카고 트리뷴은 '문 대통령은 지역 진보의 핵심 리더'라는 기사를 냈고, 알자지라도 "문 대통령이 북미 협상의 원동력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기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 4일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용을 전달하며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심 핵 생산단지를 해체하겠다고 한 것은 무기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위한 불가역적 조치라고 치켜세우며 트럼프 행정부와 의견을 달리했다(breaking with the Trump administration)."고 보도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은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 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그래야만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이 기사를 '미국 언론의 보도'라며 보도 내용을 과장 인용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불화설의 근거로 활용했다.
문화일보는 5일자 신문에 '文, 트럼프와 갈라섰다…각국 언론, 우려 목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조선일보는 '文·트럼프 갈라섰다, 해외서 나온 불화설'는 제목의 기사를 1면 톱으로 배치했다.
한편, 이 기자는 올해 2월 2일에는 북미 핵담판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낸 나경원 원내대표와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