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하 특보는 지난해 5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동안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한 뒤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 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0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 보고서를 공식 문건으로 채택했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주거권NGO)은 12일 간담회를 열고 해당 보고서의 한글 번역 내용을 공개하며 "파르하 특보는 '한국의 취약계층 주거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주거권NGO에 따르면, 파르하 특보는 "비닐하우스나 움막 같은 비공식 거처와 고시원, 쪽방, 컨테이너 등 비적정 거주자까지 포함하면, '홈리스'는 26만 2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노숙인 등'의 개념은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까지 포함하지만, 실태조사는 이를 다 포함시키지 않고 협소하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장소에서의 구걸 금지, 지난 2011년 시행된 기차역 안 취침 금지와 퇴거 등은 오히려 홈리스들의 생활과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특보의 지적과 같이, 정부는 고시원, 여관‧여인숙, 사우나 등 다양한 비적정 주거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홈리스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코레일의 자활사업이 서울역 노숙인 퇴거 조치의 폭력성을 희석하는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한계가 지적되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엔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파르하 특보는 "지난해 말 발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부적합하고 안전시설이 취약한 주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지역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일어나는 강제퇴거 조치 등에 대해서도 "세입자를 비롯한 모든 주민의 협의와 참여를 보장하고 적절한 대체 주거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도시연구소 이원호 책임연구원은 "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교통영향평가나 환경영향평가를 따져보듯 '인권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르하 특보는 이 외에도 "주거급여 수준을 높이고 대상자를 중위소득 50% 이하까지 확대해야 한다" "장애인 주거권 서비스 요건을 설계해야 한다"는 등의 권고를 내렸다고 주거권NGO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