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영웅 고(故) 한병구 일병 69년 만에 귀환

유가족 DNA 시료채취로 그리운 형님 찾아

고 한병구 일병 유해발굴 당시 함께 발견된 버클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제공)
6.25 전쟁에서 숨진 육군 일병이 69년 만에 동생의 품으로 돌아간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12일 오후 서울시 은평구 소재 한병열(79세, 친동생) 옹 자택에서 고 한병구 일병(1933년생)의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는 6·25전쟁 당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수습되지 못한채 이름 모를 산야에 잠들어 있는 전사자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행사다.


국유단은 이날 국방부장관을 대신해 유가족들에게 고 한병구 일병의 참전과정과 유해발굴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신원확인통지서와 국방부장관 위로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한다.

한 일병의 유해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고 한병구 일병은 1933년 8월 7일 4남 3녀 중 차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1950년 12월 29일 18세의 어린 나이에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이종사촌인 장명수(당시 18세) 옹과 함께 자원입대했다.

그는 이후 대구 1훈련소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국군 9사단 전차공격대대에 전속됐으며 1951년 1월 중순 부터 2월 16일까지 중공군의 공세에 맞서 춘양․장성․하진부리 진격 작전 및 정선 전투 등에 참전했고 임무수행 중 장렬하게 전사했다.

한 일병의 유해는 2016년 9월 7일, 강원도 양구군 동면 월운리 수리봉 940고지에서 발굴됐다.

양구 수리봉 지역은 6·25전쟁 당시 피의 능선 전투(1951.8.18. ~ 9. 5.) 등의 치열했던 격전지로 해당지역 유해발굴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7백여구의 유해가 발굴된 지역이다.

발굴당시 현장에는 낡은 전투화 밑창과 버클 등의 유품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당시 발굴 팀장이던 이창선 상사는 "해당 지역은 2017년에 발굴이 종료된 곳으로, 종료를 1년 앞둔 시점에 유해를 찾아 신원까지 확인 된 사례여서 매우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유품이나 일치하는 유가족 DNA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한 일병의 친동생인 한병열 옹이 2018년 4월 우연히 군부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6·25전사자 유가족 DNA 시료채취 부스를 보고 DNA 시료채취에 참여하면서 69년 만에 형님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오랜 이별이 있었지만 형을 다시 가족에게 돌아오게 해준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남상호 유가족찾기팀장은 "유해는 찾았지만 아직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전사자분들이 1만여 분 정도 된다. 이분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해와 비교할 수 있는 유가족들의 DNA 확보가 중요하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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