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물러가라는 초등생들...뭔가 알고 있구나"

전두환 직접 보니.."손 부르르 떨려"
법원 앞 야유 소리, 법정 안까지 들려
반성은커녕 헬기사격 부인 전략
'광주의 한' 아는 아이들 외침, 마음와닿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영대 신부 (故 조비오 신부 조카)

‘이거 왜 이래!’ 이게 전두환 씨 목소리였고요. 뒤에는 정확히는 안 들리시죠? 이게 뭐냐 하면 법원 앞에 초등학교가 있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창문 열고 ‘물러가라, 물러가라’ 고사리 손으로 외치는 거예요. 저는 사실은 이 장면 보면서 울컥했거든요. 38년 만에 어제 광주법원에 섰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선 재판정에서 전 씨는 반성은커녕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전 씨를 재판정에 세운 사람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를 한 분이죠. 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 만나보죠. 조 신부님, 나와 계세요?

39년만에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 (사진=연합뉴스)
◆ 조영대>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제 그러니까 법정에서 직접 보신 거죠?

◆ 조영대> 네, 고소인으로서 당연히 법정에 있었죠.

◇ 김현정> 저희는 재판이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전해 듣는 것밖에는 들을 수가 없었어요. 직접 현장에서 전두환 씨를 보신 소감은 어떠셨습니까?

◆ 조영대> 광주의 80년 5월의 그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안겨준 학살 주범이었던 전두환. 전 씨가 드디어 광주법정에 섰습니다. 참으로 역사적인 재판이었죠. 그곳에서 마주 대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마주 대했죠. 그런데 저도 물론 사제이지만 또 인간인지라 정말 손이 부르르 떨려오는 것을 제가 아주 정말 자연스럽게 제가 그렇게 손이 부르르 떨려오더라고요.

◇ 김현정> 왜 안 그러셨겠어요.

◆ 조영대> 정말로 속죄하고 사죄하고 그러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어제 전혀 부인하고 나왔습니다.

◇ 김현정> 재판이 1시간 15분 정도 진행이 됐는데 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두환 씨가. 이게 사실이에요?

◆ 조영대> 나이가 이제 88세면 많은 나이이기 때문에 그 나이에 그렇게 긴 시간 앉아 있다 보니까 다소 졸린 감이 있기도 했겠다 싶습니다만 그러나 그가 엄청난 만행을 저질렀던 광주에 와서 그 재판에 있으면서 또 밖에서는 야유하는 소리도 들려오고 그러는데.

◇ 김현정> 밖에서 소리가 안에까지 들렸어요, 재판정 안에까지?

◆ 조영대> 아주 크게 들리지 않았지만 그랬었거든요. 그러면 좀 긴장한 모습으로 내가 정말 광주시민들에게 그렇게 원한을 심었던가 하면서 반성하는 그런 모습을 좀 가져야 할 것인데 그냥 변호인에게 딱 맡겨놓고는 그렇게 조는지 아니면 귀 닫고 있는 것인지 하여튼 그렇게 눈 감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 김현정> 눈 감고 고개 숙이고 아주 조는 듯이 보였다. 이런 증언들이 나오던데 그러면 결국 말은 한마디도 안 한 겁니까? 아니면 중얼중얼 혼잣말이라도 한 거예요?

◆ 조영대> 아니요. 재판장님께서 생년월일, 주소, 직업 이거 물어볼 때만 ‘네, 네’ 그것으로만 답변하고 그 외에는 일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이래’ 하고 들어왔는데 그 말이 아마... 전두환 씨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 김현정> 어제 유일한 육성이 왜 이래였죠, 우리가 들을 수 있었던 게... 재판에 앞서서 조 신부는 그러셨어요. ‘정말 잘못했다고 딱 한마디만 해 달라.’ 그런데 뭐 말은커녕 태도도 잘못했다는 느낌의 태도는 아니었네요.

◆ 조영대>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어제 재판의 핵심 쟁점. 헬기 사격이 있었느냐. 그러니까 시민들을 향해서 전일빌딩을 향해서 헬기 사격이 있었느냐 여부하고 그걸 알면서도 회고록에다가 조비오 신부가 거짓말쟁이라고 쓴 거냐. 이 두 가지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전두환 씨 측에서는 헬기 사격 자체가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 이렇게 부정을 했다면서요.

◆ 조영대> 네, 헬기 기총 소사에 대한 증거가 명확하게 없지 않느냐 그러면서 또 아직도 논쟁 중인 것을 가지고서 그에 대해서 그렇게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고 해서 그것을 사자 명예 훼손죄로 이렇게 거는 것은 무리하다, 이런 식으로 논리를 폈었는데요. 사실 그건 아전인수격이죠. 5.18 헬기 기총 소사와 관련된 증언이 얼마나 많이 나와 있고 그 탄흔이 전일빌딩에 나와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여러 가지 국과수의 조사나 광주의 조사나 또 많은 이들의 증언을 놓고 볼 때 반드시 헬기 기총 소사가 있었었던 것인데 헬기의 엔진 소리를 기관총 소리로 그렇게 착각한 것 아니냐. 조비오 신부가 괜히 악의를 가지고서 괜히 모함한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논리를 펴오더라고요.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헬기가 있기는 있었는데 총을 쏜 적은 없다. 엔진 소리를 잘못 들은 거다.’ 그렇게 주장했어요, 어제?

◆ 조영대> 네, ‘헬기는 군용 헬기가 아니라 그 당시의 상황 자체가 그렇게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장을 지키기 위한 그런 헬기였다.’ 그런 조로 이야기하는 것이고.

◇ 김현정> 사실은 어제 저희가 예상하기로는 쟁점 두 가지 중에 어차피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건 국방부 특조단에서 사실이라고 결론까지 내려졌기 때문에 그걸로 다투지 않고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거짓말쟁이라고 썼느냐. 고의성 여부를 가지고 다툴 것이다 예견했었는데 아예 그냥 앞에 이미 국방부가 결론 내린 그걸 가지고 다시 다툼을 일으켰네요.

◆ 조영대> 네. 그러니까 그전에 전두환 군사 정권 때 어느 검찰이 또 국방부가 거기에 반하는 그런 5.18 기총 소사가 있었다, 이런 식의 조사 결과를 내놓을 리가 만무하잖아요. 그런데 그때의 그 조사 결과들을 가지고서 회고록을 썼으니 회고록은 문제될 게 없다 그런 논조였는데 그 이후에 저희들이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기 때문에 검찰과 국방부에서 새로운 조사 보고를 내놨는데 ‘이것을 믿을 수 없다, 오히려 현재는 논쟁 중이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서 우리를 재판석에 부를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펼쳐갔습니다.

◇ 김현정> ‘국방부가 내놨지만 그것도 믿을 수 없다, 그 결과 믿을 수 없다.’

◆ 조영대> 그 전에 것에만 자기들은 근거를 둔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뒤에 오늘 라디오 재판정이 준비가 되어 있어서 변호사 두 분이 오시거든요. 이거 한번 제가 질문을 이렇게 될 경우에 어떻게 되는 건지 한번 질문을 드려보기로 하고. 한 30초 남았는데요, 신부님. 법원 앞에 초등학교에서 어제 초등학교 아이들이 창문 열고 고사리 같은 손 들어서 물러가라, 물러가라. 막 아이들이 외치는 모습 보고 좀 느낌이 울컥하더라고요. 묘하더라고요. 어떠셨어요?

◆ 조영대> 그래요. 저도 참 굉장히 마음이 막 그랬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뭘 알까, 싶었는데 역시 광주에 있으면서 광주의 그런 한과 아픔에 대해서 아이들도 부모님들에게 또 이웃들에게 그렇게 들은 바가 있었구나 하면서 전두환에 대해서 그렇게 또 어린아이들이 외쳤다는 게 참 또 새롭게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 김현정> 그 어린아이들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아는데 왜 그 사람만은 아직도 모른다는 것인지, 이게 참 먹먹하고 답답하고 그렇습니다.

◆ 조영대> 그렇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 조영대> 네.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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