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수요자인 삼성전자와 공급자인 한국전력, 지역 주민들이 송전선로 건설재개에 합의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성이 지역구인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11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안성시 원곡면 주민으로 구성된 ‘원곡면 송전선로반대대책위원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송전선로 건설협약’을 위한 MOU 즉 양해각서를 체결한다"고 밝혔다.
12일 오후 2시 국회 환노위원장실에서 체결되는 MOU는 최근 5년 동안 표류해온 ‘서안성-고덕변전소간 송전선로 건설’ 재개를 위한 신호가 될 전망이다.
원래 ‘서안성-고덕 송전선로’는 한국전력 서안성 변전소에서 삼성전자 평택공장이 있는 고덕면 까지 고압선 철탑을 세우는 사업이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지난 2015년부터 289만 제곱미터 약 87만평 부지 조성해 지난 2017년완공된 제 1공장으로 삼성 반도체 공장 가운데서도 가장 최신 공장이다.
이 평택공장은 단일 라인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은 최첨단 4세대 64단 V낸드이다.
가동중인 1공장에 이어 현재는 제 2공장이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공장과 2공장만 가동하는데는 현재의 한전 서평택 고압선로만으로도 충분하지만 3공장과 4공장이 가동되면 전력부족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5년전부터 건설이 시작된게 ‘서안성-고덕 송전선로’이다.
그런데 이 송전선로가 평택시의 상수원인 평택호 상류의 안성시 원곡면을 지나게 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1979년 평택 주민들의 식수원을 보호하기 위한 송탄취수장 주변인 안성시 원곡면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 지역 땅값 상승이 억제되고 각종 제한에 시달리고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다는 불만이 원곡면 주민들 사이에서 생겨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30조원 규모의 투자로 대형 공장이 생기면 공장소재지인 평택시민들은 이익을 보지만 이 공장을 돌리기 위한 송전선로가 지나는 것을 안성시 원곡면 주민들로서는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게 원곡면 주민들의 주장이었다는게 정치권 설명이다.
결국 고압선으로 인한 건강권을 주장한 원곡면 주민들의 반발로 우선 주거지역을 지나는 구간에 대해 철탑을 세우는 고압선 대신 땅에 묻는 지중화가 1차 합의로 결정됐다.
그러나 주거지역 외에 산악지대 1.5km 구간까지 지하 송전선로를 건설하라는 주민 요구를 전기의 수요자인 삼성전자와 송전탑 건설주체인 한국전력이 받아들여 ‘산악지대’ 1.5km 구간에 터널을 뚫어 지중화 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지중화 터널을 완공하는 시점과 전력이 필요한 시점 사이의 차이 때문에 우선 이 구간에 2023년 2월까지 송전탑을 건설한 뒤 2025년 2월까지 지중화 터널을 완공하고 이 터널 송전선로가 완공되고 나면 2025년 12월까지 송전탑을 다시 철거하기로 한 점이다.
이 송전탑은 2023년 2월 까지 건설됐다 딱 2년만 사용한 뒤 다시 철거돼야 하는 ‘2년 시한부 송전탑’이 될 운명을 안고 공사를 재개하게 됐다.
이 1.5km 산악지대 송전선로는 345kv 짜리 송전탑 6개를 짓는 공사로 공사비는 대략 6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그런데 60억을 들어 지은 이 송전탑은 완공 2년뒤인 2025년 2월부터는 열달에 걸쳐 다시 철거해야 한다.
이 산악구간 1.5km 고압송전탑 대신 터널을 뚫어 고압선이 이 터널로 지나게 하는 공사도 함께 진행된다.
송전탑 철거와 터널 공사에는 약 750억원이 들어가고 이 돈은 삼성전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송전선로 건설에 들어가는 돈 60억원에 터널공사비와 송전탑 철거비를 합해 810억원 정도가 더 들어가는 셈이 된다.
물론 안성을 지역구로 하는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의 중재로 마련된 이 MOU는 송전탑 건설이 그동안 5년 지연되는 동안 발생한 주민갈등 등 사회적 비용과 삼성전자의 평택공장 가동이 지연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기회비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타협’의 역사를 다시 쓰는 높이 평가할 만 한 일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주거지역을 지나는 송전선로 구간에 대해 지중화 하는 것은 수용된다 치더라도 산악지역 1.5km 구간에 터널을 뚫어 이를 지중화하는데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에 “산악구간 송전선로 지중화는 안성시 원곡면 주민들에게 1979년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이후 생겨온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준다는 차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산악지대를 지나는 송전선로까지 수백억원을 들여 지중화 하고 또 이 지중화 작업이 완료되기 까지 단 2년만을 사용하기 위한 송전탑을 건설했다가 다시 이를 허물어야 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5년 동안 표류해온 서안성-평택 공장간 고압선로 건설 공사가 지역구 국회의원의 중재로 시작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반가움 외에 무엇인가 ‘개운함이 2% 부족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