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로 위원은 11일 방송통신심위원회(위원장 강상현, 이하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심의 대상에 오른 보수논객 지만원씨 등에게 심의 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 위원은 유출이 아닌 "우리가 국민에게 알려줘야 할 당연한 의무"였다며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9인 위원 중 7인은 이상로 위원의 심의정보 유출 건은 방심위의 독립성과 신뢰성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며 자진사퇴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야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은 의견 제시를 거부하고 회의 도중 자리를 떠났다.
방심위는 이 위원이 해당 안건을 기피해야 하는 제척사유가 있음에도 심의에 참여한 데 이어 심의정보까지 유출한 것은 비밀보호 의무에 관한 법과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이 위원이 정보를 제공한 지만원씨는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유튜브 영상을 게시해 방심위 심의 대상에 오른 직접 당사자이다. 이 위원은 지씨를 비롯한 심의 대상자에게 심의 안건명과 심의 신청자 등에 대한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3차례에 걸쳐 전달했다.
정보를 받은 지씨는 지난 7일 인터넷 언론 뉴스타운에 해당 정보를 올리고 "8일, 오전 10시 이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심의위원들에게 존재감을 표해 주시기 바란다"며 "아마도 이상로 위원이 삭제의 부당함을 위해 싸우실 것이다. 힘을 실어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8일 전체회의에는 태극기부대 등 보수단체 회원이 찾아왔다.
이 위원은 "(심의 신청자를 알려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니고, 수사라면 당연히 알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독립된 민간기구이고 우리가 어떤 내용을 심의하는지 심의 당사자에게는 공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위원은 "민원 신청자는 방송·언론 관련 주장을 적극적으로 하는 단체였다. 그 단체를 비난하기 위해서 공개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상로 위원 역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옹호하는가 하면, 지난해 4월 방심위에서 지만원씨가 작성한 5·18 역사왜곡 글을 삭제하기로 결정했을 때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반대한 바 있다.
이번 유출이 사실상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위원은 적극 부인했다. 이 위원은 "내가 힘을 실어달라고 이야기한 적 없다. 내가 심의를 하는데 어떤 지원을 받기 위해 그 사람(보수단체 회원)을 부른 게 아니다"라며 "과잉해석이며, 심의의 독립성도 해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위원이 유출에 대한 잘못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심위원 7인이 의견을 모은 자진사퇴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사항이라 이 위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사퇴는 없을 것이다.
한편 5·18 동영상 심의신청자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심위원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상로 위원 해촉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