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후문과 내부 곳곳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정가' 등이 울려 퍼졌고 전씨와 신군부 책임자들의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씨의 사과를 기대하고 법원 주변을 찾은 광주 시민들은 전씨가 사과 대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식사를 하러 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광주 동구에 사는 기병순(40)씨는 "1980년 당시 아직 태어나기 전이어서 5·18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접했다"며 "이번 재판에서는 전씨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민지(47)씨도 "전씨를 법정에 세우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지 상상도 못 했다"며 "어린 시절 기억이지만 광주 시민들의 용기는 굉장했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을 찾은 정희님(77·여)씨는 "5·18 당시 29살 동생을 잃었다"며 "전남대병원 등으로 시신을 찾으러 다녔지만 5월 27일에 동생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법원 후문에서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는 '역사 왜곡 진짜 주범은 전두환', '전두환 광주지방법원 출두 환영'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 출정가 등을 불렀다.
5·18 부상자회 회원 김용기(74)씨는 "구동체육관에서 상무대까지 끌려다니면서 공수부대에 엄청나게 맞았다"며 "전씨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법원을 찾았지만 사과조차 하지 않고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이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출발해 낮 12시 30분쯤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경호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법원 법정동으로 향하던 전씨는 취재진이 발포 명령 부인하느냐고 묻자 "이거 왜 이래"라고 답하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 8 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됐으며 전씨가 광주를 방문한 것은 지난 1987년 이후 32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