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전면적 연동형비례제 도입을 주장해 온 야3당과 공조를 통해 선거제 개편안과 함께 공수처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포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평당 등 야3당 역시 여권이 제시한 개혁법안에 협조하는 대신 다당제 안착을 위해 차기 총선을 전에 반드시 선거제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야 4당의 압박 속에 고립된 한국당은 이날 오히려 비례대표 폐지와 동시에 의원정수 10%를 감축한 지역구 270석 안(案)을 당론으로 제시하며 '맞불'을 놨다. 또한 여야 4당이 주장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은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는 개헌과 동시 진행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바른미래당 등 야3당은 연동형비례제 도입 중심의 선거제 개편을 줄곧 주장해왔다. 정당 지지율만큼 의석수를 갖는 게 민의를 제대로 반영해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기존 양당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 당의 존립 기반이 약해질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문제는 1월 임시국회가 한국당이 주장하는 김태우‧손혜원 특검.청문회과 조해주 선관위원 임명 철회 등을 놓고 마비되면서 선거제 개편 논의도 미뤄졌다는 점이다.
이에 정의당 소속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은 이날까지 선거제 관련 한국당의 입장을 요구하며 '패스트트랙' 추진을 시사했다. 차기 총선이 내년 4월 15일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2월까지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새로운 선거제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최대 소요 시간이 330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달 둘째 주까지는 선거제 개편안을 확정해야 시일을 맞출 수 있다. 때문에 이날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제도가 불가능한 정반대의 안(案)을 내놓으면서 대치 국면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강대강 대치 속에서 비례대표 수를 확대하는 안으로 접점이 좁혀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4당이 제시한 '데드라인'에 맞춰 한국당이 당론을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협상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민주당은 지난 8일 현행 300석 유지 하에 지역구 축소(253석에서 225석)와 비례대표 확대(47석에서 75석)를 내놨다. 야3당은 전면 연동형비례제 도입과 의원정수 330석으로 확대를 주장해왔지만, 민주당 안(案)을 차선책으로 수용하는 모양새다.
한국당도 공개적으론 비례대표 폐지‧의원정수 축소를 내걸었지만, 비공개 회의에서는 연동형이 아닌 현행 비례대표 수를 20석 가량 확대하자는 주장도 논의됐다.
당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의석수를 줄이는 것을 기본 당의 입장으로 정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여야 협상 결과에 따라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며 "비례대표를 47석에서 67석으로 늘리고, 지역구를 233석으로 줄이는 등 이런 방식도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비례대표 전면 폐지에 대해선 분위기가 회의적인 점을 감안하면, 이날 내놓은 당론이 '협상카드'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바른미래당도 선거제 개편안을 최대 목표로 삼은 가운데 민주당이 요구한 개혁법안 통과에 힘을 싣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한국당이 끝까지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면 이번주 안에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이어가겠다"면서도 "한국당이 4월에 선거법을 마무리 짓고, 가을에 개헌문제를 논의해 내년 총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하는 방향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제도입과 동시에 한국당이 요구한 개헌 논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한국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한편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평당 등은 11일 여의도 모처에서 조찬회동을 하고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은 회동 후 민주당 지도부와 논의를 통해 최종 합의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