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감독은 8일 오후 YTN '뉴스Q' 인터뷰에서 박양우 문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입장을 요청하는 물음에 "나는 한 번도 (스스로) 영화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말을 이었다.
"옆에서 영화계를 보면서, 박양우 내정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건 뭐 고양이에게 생선 관리를 맡겼구나.' 사실 고양이에게 생선 관리자라는 직함을 줄 수도 있다. 그러면 그 고양이가 채식주의자 고양이라는 증명을 해내야 할 것이다."
김 감독은 "무슨 말이냐 하면, 적어도 이 정도 조건을 내걸어야 통과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5월까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법률을 기필코 통과시키겠다'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공언을 한다든지, '만약 통과 못 시키면 정계 은퇴하겠다', 이 정도 결기를 보여야 '그 고양이가 그래도 채식주의자 고양이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믿어줄 수 있을 텐데…."
그는 "글쎄요…. 'CJ 트로이의 목마'를 장관으로 임명한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간 대기업 독과점 폐해에 맞서 온 영화계는 박 내정자가 지난 2014년부터 CJ E&M 사외이사·감사를 맡아 대기업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여 온 데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날 "제가 본 영화판도 방송판만큼 개판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바뀌어야 한다"며 "이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을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약속하지 않으면, 이해찬 대표가 약속하지 않으면 이것(박 내정자 인선)을 통과시키겠다고 강행하는 것은 반칙이고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 "CGV는 저에게 있어서 도덕적으로 파산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 'MB의 추억' '쿼바디스' '미스 프레지던트' 등을 통해 시대의 관찰자로 불리는 김 감독이 '칠곡 가시나들'의 CGV, 메가박스 상영을 거부한 데도 영화계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제가 만든 영화를 멀티플렉스에서 원래 안 좋아한다. 멀티플렉스 상영관 하나도 없이 개봉을 해본 적도 있기 때문에 스크린을 어찌 배정하든 그러려니 한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같은 날 개봉한 CJ CGV아트하우스 영화가 있다. '칠곡 가시나들'과 제작비가 동일하고 P&A 비용도 거의 동일하다. 시사회는 '칠곡 가시나들'이 훨씬 많이 했다. 그런데 스크린 배정표를 받아 보니까 20배 차이가 나더라. 도저히…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일 텐데 제가 가만히 있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 때문에 입장문을 내게 됐다."
앞서 김 감독은 지난 24일 "전국 159개 영화관에 1182개 스크린을 가진 CGV에서 내어줄 수 있는 스크린은 딱 8개. 그것도 퐁당퐁당 상영할 것이며 개봉일 실적에 따라 향후 '유동적으로' 몇 회 상영할지 결정하겠다고 알려왔다"며 "예매율 기준으로 상영관을 배정한다고 우기겠지만, 개봉 3일 앞두고도 '칠곡 가시나들'에 예매창 열어준 멀티플렉스 극장이 단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예매율이 올라가나?"라고 꼬집었다.
이틀 뒤인 26일에도 "메가박스에서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총 17개 상영관 평균 하루 1회 상영을 배정받았으나, 그마저도 오늘 정오까지 예매창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김 감독은 8일 YTN 인터뷰에서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대한 모욕으로도 여겨졌다. 그리고 상업영화, 유명 배우가 안 나오는 영화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아래와 같이 폭로했다.
"정말 충격을 받았던 것은 입장문을 밝히기 전에 CJ CGV 대외협력팀으로부터 저희 영화 배급사를 통해 연락을 받았다. '스크린 왕창 열어 줄 테니 입장문을 내지 말라'는 거다. 부정한 돈을 제의받으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다. 문제는 제가 그것을 받아 들이면 저는 돈을 벌 것이다. 하지만 그 스크린이 어디서 오겠나. '사바하' '극한직업'의 스크린을 빼서 저에게 줄 것이 아니다. CJ에서 투자한 작품에서 스크린을 빼는 게 아니라 작은 영화, 중급 규모 다른 배급사나 투자사들이 한 영화에서 스크린을 조금씩 빼서 저희에게 줄 것이다."
그는 "그걸 모아서 제게 준다는 것은 뭐냐 하면, 이 산업에서 스크린은 곧 돈인데…. 글쎄요, 제가 그 돈을 받아서 잘 먹고 CGV라는 성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성 밖에 있는 사람들은요?"라며 "도저히… 그냥 양심을 팔라는 제안인데, 제가 보기에 이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 지 모르겠지만 CJ CGV는 저에게 있어서 도덕적으로 파산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