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이 세 자매와 사라진 과외교사 뒤쫓는 이유

사진=SBS 제공
김정욱(가명)씨는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지난 20년이 마치 꿈 같다고 했다. 다정했던 아내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딸 셋이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건은 한 남자가 김씨 집을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됐다.

9일(토) 오후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과외교사, 작가, 작곡가 등 필요에 따라 신분을 바꾸는 의문의 남자에 얽힌 실종사건을 추적한다.


5년 전 여름 집으로 처음 방문했다는 함명주(가명)씨는 김씨와 같은 교회를 다녔다. 명문대 출신에 심지어 딸들 공부를 공짜로 가르쳐주기까지 했으니 김씨는 함씨가 그저 고맙고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씨는 아내에게 믿기지 않는 제안을 받았다. 함씨를 집안에 들여 살게 하자는 것이었다. 남편 몰래 생긴 채무를 함씨가 대신 갚아주면서 그가 지낼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남편 김씨는 당장 함씨에게 내줄 돈이 없어 동거를 시작했지만 왠지 모를 불길함에 바쁘게 돈을 구했다. 그런데 아내는 더욱 당황스러운 제안을 했다.

"집사람이 그러는거예요. 돈이 생겨도 (과외교사) 함씨를 내보내지 말자고." - 김씨 인터뷰 중에서

결국 김씨는 함씨와의 동거로 인한 갈등으로 아내와 큰 싸움을 벌였고, 아내에게 폭행을 가하고 말았다. 그날 밤 아내와 딸들, 함씨는 남편 김씨를 집에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 그리고 김씨는 몇 개월 뒤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새벽녘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아내를 처음 발견한 남자는 같이 집을 나갔던 딸들의 과외교사 함씨였다.

아내 장례식이 끝난 뒤 세 자매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이유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대신 집 대문을 두드리는 것은 아내와 큰딸, 둘째딸 이름으로 빌린 대출 연체 고지서들이었다. 딸들에게는 알 수 없는 대출 외에 한 사람이 휴대전화 여러 대를 개통해 사용한 흔적도 있었다. 세 자매는 왜 갑작스럽게 큰돈이 필요해진 것일까.

◇ "그와 함께 사라진 사람들은 세 자매 만이 아니었다"

세 자매는 집으로 들어오라는 아버지 김씨 요청에도 불구하고 몇 번씩나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가며 김씨와 친척들에게 연락해 숙식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가족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에게도 돈을 빌렸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김씨는 계속 들려오는 불안한 소식에 딸들 실종 신고를 한 뒤 경찰서를 드나들던 중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함씨와 함께 사라진 사람들은 세 자매 만이 아니었다.

"(함씨와 관련된) 실종대상자를 검색해보고 했더니 000라는 사람이 있는데, 000도 실종이에요. 또 다른 사람이 한명, 김포에서 접수된 게 있는데 그 사람도 못 찾고 있어요." - 경찰 관계자

김씨는 세 딸들 행방을 쫓던 중 큰딸을 찾고 있다는 한 정수기 업체와 연락이 닿았다. 정수기 대여료가 오랫동안 연체돼 보호자 김씨에게 연락이 간 것이다. 김씨는 세 자매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달려간 해당 주소지에서 딸이 아니라 낯선 여성의 자살 소식을 접했다. 큰딸 이름으로 정수기 신청이 돼 있던 그 집 주인인 20대 여성이었다.

김씨는 사망한 이 여성의 부모를 만나 더욱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그녀의 자살을 처음으로 목격하고 신고한 사람이 바로 딸의 과외교사 함씨라는 것이다. 해당 여성의 부모는, 함씨가 최근 슬럼프를 겪고 있던 피아노 전공자인 딸에게 접근했고, 자신을 유능한 작곡가이자 발이 넓어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하며 돈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함씨로부터 빌려간 돈을 받기로 한 날에 갑자기 딸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다.

함씨는 명문대를 나온 과외 선생님, 등단한 작가, 유능한 작곡가 등으로 자신을 소개해 왔다. 그를 따라 사라진 사람들이 있고, 그 주변에서는 석연치 않은 죽음들이 벌어졌다. 이번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그 사건의 실마리가 드러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