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상의 '나비효과'…장바구니 물가 오르나?

수수료 인상하면 '수백억', 유통업체 실적 악화 불가피
카트 사용 할인행사·무이자 할부 혜택 줄거나 사라질 듯
"카드사 이익 위해 유통업계·소비자 희생하는 꼴"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내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 방침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은 지난 2월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대형 가맹점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포함된다.

카드사들은 1.8~2.0% 수준의 현재 수수료를 2.04~2.25%로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인상폭은 0.04~0.45% 포인트로 미미한 듯 보이지만, 매출액이 조 단위인 점을 감안하면 유통업체는 매년 수백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추가로 지불할 전망이다. 이 같은 수수료는 영업이익에서 마이너스가 된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롯데백화점 매출은 3조 2318억원, 영억이익은 424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백화점은 매출액 1조 8622억원에 영업이익 3567억원, 신세계백화점은 1조 2206억원의 매출에 942억원의 영업이익을 보였다.

이마트 할인점 매출은 지난해 11조 5223억원에 영업이익은 4397억원, 롯데마트는 매출 6조 3170억원에 영업이익 84억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이라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대형마트 업계 2위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카드 수수료가 인상될 경우 영업이익이 대폭 떨어지며 실적 악화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입장이다.

앞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현대·기아차는 5개 주요 카드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강수를 뒀다.

현대‧기아차는 리스와 캐피탈 할부, 현금결제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현금결제 고객은 특정 카드로 결제하도록 유도해 카드사 포인트 등을 활용한 사실상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 같은 현금결제 고객은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하는 고객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해도 자동차 시장에 가해질 충격은 적을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사정이 달라 당장 인상된 수수료를 적용해 영업을 하며 수수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속앓이만 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고객의 90% 이상이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카드사와 함께 할인 금액의 50%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특정 카드로 결제할 경우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수시로 제공된다.

따라서 당장 '카드 프로모션'과 무이자 할부 혜택 등은 크게 줄어나 없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 체감상 상품 가격이 올랐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들 입장에서 기존에 있던 할인 혜택이 사라지면 유통업체의 상품 가격이 올랐다고 느낄 수 있다"며 "카드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고객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카드사와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 인상과 관련한 정책에 협조해 달라는 정부의 방침도 부담을 키우는 이유로 꼽힌다.

카드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이면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카드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면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탓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유통업계의 상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와 협의해 할인행사를 하거나 포인트 혜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지만, 유통업체 실적이 크게 나빠질 수도 있고 협력업체 쥐어짜기로 보여질 수 있다"며 "결국 상품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는데 카드사 이익을 위해 유통업계와 소비자가 희생 당하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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