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현 자치경찰제안 '반대'
대검찰청은 지난 5일 "최근 발표한 자치경찰제 안은 실효성 있는 자치경찰제라고 하기엔 미흡하다"며 자치경찰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자치경찰제는 검·경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일반 범죄 수사와 민생치안업무 등을 지역 자치경찰에 넘겨 궁극적으로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을 분리하기 위해 추진하는 제도다.
검찰에선 지구대·파출소 수준을 넘어 일선 경찰서 단위 이하를 지역 자치경찰로 이관해야 수사와 행정을 확실히 분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방경찰청은 국가경찰로 두더라도, 그 밑의 일선 경찰서 단위부터는 자치경찰로 넘기자는 의미다.
검찰이 가지고 있던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보장하는 대신, 자칫 막대해질 수 있는 경찰권을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완전한 자치경찰제'를 주문한 것이다.
그런데 당·정·청이 지난달 14일 내놓은 협의안에는 경찰서보다 단위가 작은 지구대·파출소를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내용만 포함됐다. 역할도 민생치안, 여성·청소년 보호, 교통단속 등으로 한정했다.
검찰은 실효성 있는 자치경찰제안이 나와야 검·경수사권 조정안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대검 관계자는 "정부에서 먼저 자치경찰제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함께 진행하자고 했는데, 실효성 없는 자치경찰제안을 먼저 시행하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지금 상태에서 검·경수사권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 검찰총장을 비롯해 관련 지도부들이 책임지고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 '살얼음판' 예상
한편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검찰과 경찰의 행동 하나하나가 외부에선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양 기관이 '기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비춰지는 모양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지난 4일, 경찰이 이 사건 수사에서 확보한 동영상 등 디지털 증거 3만여 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도 질세라 이틀 뒤 브리핑을 열고 "기록을 보고받던 검사들이 이제 와서 이러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지난해 말 2차례에 걸쳐 경찰청 정보국을 압수수색한 것 역시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한 검찰 관계자는 "확보한 자료를 보면 경찰이 BH(청와대) 지시로 직권을 남용해 불법사찰을 벌인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며 경찰의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지난 6일 "검·경수사권 조정 확정에 앞서 자치경찰제안에 대한 검·경의 입장조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공약 사안이기도 했던 검·경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자치경찰제 안에 대한 검찰 내 반대 기류가 확고해지면서, 향후 정부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