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외출 가능해진 군 장병…조금씩 '변하는' 일상생활

게임하며 스트레스도 날리고 '자기계발'에도 집중
풍족한 저녁 한 끼에 더해지는 즐거움과 '전우애'

지난 6일 오후 6시쯤 속초시내 한 서점에서 외출한 군인들이 책을 보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외출이 가능해진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서점으로 달려 왔어요."

"햄버거도 먹고 싶은데 일단 오늘은 고기에 집중하려고요. 오랜만에 나오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지난달부터 군 장병들의 평일 외출제가 시작되면서 장병들의 일상생활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군 장병들은 모처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동시에 자신의 소양을 닦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지난 6일 취재진이 찾은 강원 고성군 토성면 육군 제22보병사단. 오후 5시 30분이 조금 넘어가자 평일 외출을 신청한 군 장병들이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냈다.

삼삼오오 모여 나온 군 장병들은 정문을 향해 어느 때보다 힘찬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장병들에 따르면 제22보병사단은 속초 시내와도 차로 20분 남짓이면 갈 수 있어 대다수 군인은 편의시설이 더 많은 속초를 찾는다.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A(23) 일병. (사진=유선희 기자)
속초 시내로 외출을 나온 A(23) 일병은 벌써 서점에만 두 번째다. 대학교에서 체육교육과를 전공하는 A 일병은 생활 체육지도사를 꿈꾸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한다는 A 일병은 "자격증에 필요한 문제집을 구하려면 휴가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평일 외출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서점으로 와 책을 샀다"며 "주변에 자격증 관련 책이나 자기계발서를 구매하기 위해 서점에 오는 동기들이 많다"고 전했다.

함께 나온 B(23) 일병 역시 500페이지에 가까운 스포츠 경영 관리사 국가자격증 책을 들고 "내년에 전역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잘 취득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들과 함께 온 동기 C(23) 일병은 소설책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외박이나 휴가 때만 서점에 방문했다는 그는 평일 외출제가 시행되면서 앞으로 본인이 원할 때 소설책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C 일병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마력의 태동>을 사 들고 "제가 엄청 좋아하는 작가"라며 "책을 읽으면서 좀 더 풍요로운 부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평일에 외출한 군 장병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고기를 굽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한참을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 이들은 저녁을 먹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햄버거를 먹자는 의견으로 모이는 듯하다 차창 밖에 보이는 치킨집을 보고는 "치킨 어때?"라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이들이 향한 곳은 무한리필 고깃집. 원 없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인 만큼 무한리필 고깃집은 군 장병들이 선호하는 곳 중 하나다.

자리에 앉은 이들은 소고기를 먹을 것인지 돼지고기를 먹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가위바위보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다수 의견에 따라 결국 돼지고기를 주문했다.

B 일병은 "예전에는 밖에 나올 수 있는 날이 한정적이다 보니 의견이 더 치열했는데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적어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외출할 수 있어 서로 양보도 한다"며 "먹고 싶은 거를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라도 외출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무한리필 고깃집 사장 함홍식(39)씨는 "이제는 평일에도 군 장병분들을 많이 본다"며 "매출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한리필이다보니 오히려 타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함 사장은 "힘쓰는데 많이 먹어야죠"라며 허허 웃었다.

속초시 조양동 한 피시방에서 군 장병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한편 일부 군 장병들은 조양동 일대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있었다. 복귀를 1시간 앞둔 8시쯤 군 장병들은 마지막 게임 한 판에 집중하며 주어진 시간을 즐겼다.

피시방 책상에는 떡볶이나 햄버거, 음료수 등 간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은 "햄버거가 제일 많이 팔린다"고 귀띔했다.

평일에 외출하는 군 장병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동 시간을 제외하고 약 2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비교적 짧아 아쉬움도 있지만, 이들은 처음으로 주어진 평일 자유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나름의 방식대로 알차게 보내고 있었다.

제22보병사단 관계자는 "평일에 외출한 장병들은 확실히 다음날 더 활력이 넘친다는 게 느껴진다"며 "계속 부대 안에만 있다 보면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외출을 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즐거운 추억도 쌓는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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