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같은 긴급대책 시행으로 미세먼지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지시사항 대부분이 그 동안 중국과 협의가 진행돼 왔던 것들이다. 미세먼지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되는데 이는 필수적으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긴급대책'으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대책중 하나로 제시한 인공강우의 경우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시간당 10mm 이상의 강한 비가 2시간 이상 계속 내리도록 해야 하는데 인공강우 기술이 발달한 중국만 하더라도 시간당 1mm 정도의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병은 걸렸는데 당장 처방이 없는 딜레마. 이것이 우리나라가 처한 미세먼지 딜레마다. 병으로 치자면 불치병은 아니지만 난치병인 셈이다. 시간도 걸리고 치료도 쉽지 않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끝나면 미세먼지 대책의 방향은 명확해진다. 단기적으로 정부는 고농도 스모그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대책들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의 경우 정부 행정력이 태풍의 발생을 막는 것이 아니라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에 집중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장기적으로 대기오염 현상에 대한 연구와 기술개발, 정책개발은 당연히 병행해야 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국제협력이다. 공기라는 것이 대류를 통해 넓은 지역을 오가는 물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기오염 문제는 한 국가가 아닌 동아시아, 더 나아가서 아시아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정파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는 자제돼야 한다. 현재의 야당이 정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현 정부에 쏟아진 비난이 고스란히 되돌아 갈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가 비난 여론에 못이겨 근시안적인 대책만 남발하게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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