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소송? 2차 가해 STOP"…김기덕에 영화계 뿔났다

피해자와 지원·연대하는 민우회에 3억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
"김기덕 행위는 '미투' 운동에 대한 반격과 '백래시'"
"증거불충분 '무혐의'는 무죄 의미하는 것 아냐"
"사과와 반성 없이 지속된 영화 활동 자체가 2차 가해"
"김기덕 초청한 유바리영화제 유감…가해자 힘 실어주지 말라"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영화감독 김기덕 3억 손해배상 청구소송 규탄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유원정 기자)
영화계 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3억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규탄하고 나섰다.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덕 감독이 민우회에 청구한 3억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소장을 통해 강제추행 무혐의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우회가 공개적인 명예훼손을 일삼았으며 이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민우회는 "피해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것, 영화계의 인권침해와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 사건 해결을 위해 연대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말인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김기덕 감독 자신이다. 영화 현장을 인권침해의 현장으로 만든 것은 김기덕 자신이다.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고 반성과 사과조차 하지 않으며 심지어 피해자와 진실을 규명하려는 언론과 단체를 고소하는 행위가 스스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김기덕 감독의 행태를 비판했다.

민우회는 김기덕 감독의 역고소를 '성폭력 가해자들의 행동 복제'라고 규정하며 "소송으로 우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우리는 자신의 불법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커녕 피해자를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피해자의 조력자도 위증죄로 고소하는 등 피해자와 정의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민우회의 '불법적인 활동'으로 피해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기덕 감독은 민우회 때문에 자신의 영화의 해외 판매와 개봉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영화계의 인권침해와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성평등한 영화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했던 이들의 상식적인 열망으로 이뤄진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들 단체들이 참여한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기덕은 문제적 행위들을 사과하고 돌아보기는 커녕 지원단체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수많은 피해 증언에 역고소로 대응하고 있는 김기덕의 행보에 분노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기덕의 행위는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한 반격이자 '백래시'다. 김기덕은 이번 소송의 책임을 온전히 지게될 것이며 무고한 시민단체를 공격한 후유증을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남아있는 일말의 명예라도 지키고 싶다면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 김기덕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자성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 "김기덕 활동 자체가 2차 가해…유바리영화제도 일조"

김기덕 감독의 이 같은 소송 제기에 영화계 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용기 내 발언한 다수 피해자들의 증언이 김기덕 감독이 성폭력 가해자임을 지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는 본래 법적으로 다퉈 '무죄'임을 입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김기덕 감독은 강제추행치상 및 명예훼손 혐의 등에 대해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처분된 것을 이유로 자신은 성폭력 가해자가 아니라고 단정 짓고 있는 듯하다"라고 김기덕 감독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이유를 추정했다.

이어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언제든 기소될 수 있다. 또 김기덕 감독이 고소한 배우와 PD수첩에 대해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피해자 진술이 거짓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고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순아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 성평등위원은 "김기덕 감독은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민우회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고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길 바란다. 달라진 시대의 흐름을 인지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만이 시대에 역행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피해자 고발 이후에도 적절한 사과나 반성 없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상길 영화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김기덕 감독은 문제의 제작과정을 통해 만든 영화로 쌓은 국제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국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책임 있는 사과 없이 지속적 활동을 한다는 것은 2차 가해와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유바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상길 영화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런 시점에 영화제 개막작 초청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영화제가 추가적 피해를 가하는데에 일조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남순아 한독협 성평등위원은 "유바리영화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오늘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귀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을 알고 있다. 귀 영화제의 초청 결정이 영화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숙고하길 바란다. 그 결정이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아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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