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손수호] "39년만에 수색 나선 72정, 이게 나라다"

80년 1월, 어로 경비 임무 중 침몰한 76정
승조원 17명 전원 실종됐지만 그냥 덮여
국가기록원 비공개문서 지난해 공개돼
오락가락하던 해경, 결국 수색 나서기로
국가 위해 일한 순직자, 잊어선 안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오늘 손수호 변호사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탐정 손수호에서 가지고 오신 이야기는, 이것도 참 미스터리한 일인데 속초에서 벌어진 경비함정 침몰 사건이라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사실 이번에 부산에서 광안대교에 러시아 화물선이 충돌했잖아요. 그래서 이거 해상 충돌 사고라든지 이런 거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또 커지는 상황인데 사실 러시아 화물선 충돌 사고는 도대체 이게 뭔가 황당해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오늘 말씀드릴 이 사건은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 이게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요. 고성 앞바다에서 수중 탐색 작업을 실시한다고 밝혔어요. 39년 전에 침몰한 경비함정72정. 숫자 72입니다.

◇ 김현정> 72. 함정72, 72함정.

◆ 손수호> 작업 시작 전에 유가족들과 관계자가 침몰 추정 해역에서 탐색 계획 설명회를 가졌고 또 순직자들을 추모하는 해상 헌화 행사도 진행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사건이길래 39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탐색 작업을 하는 건지 경비함정 침몰 사건를 살펴보겠습니다.

◇ 김현정> 도대체 어떤 사건이길래. 우리는 어떤 사건인지 잘 기억도 안 나는 그 사건을 39년이 지나서 함정을 다시 수색하겠다고 결정하게 된 건지 그 전체 이야기를 좀 훑어주시는 거예요. 우선 1980년 1월 23일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하다가 이게 침몰한 겁니까?

◆ 손수호> 이 함정이요. 60톤급의 해경 경비정이었어요. 그런데 강원도 고성에 있는 거진 앞바다에서 어로 보호 경비 임무를 수행하다가 200톤급 경비함 207함과 충돌합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 72정이 침몰했어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배에 타고 있던 17명이 실종되는데요. 당시 경찰관 9명 그리고 전경 8명이었습니다.

◇ 김현정> 어마어마한 사건이네요, 이건. 그런데 왜 우리는 잘 모르는 거죠?

◆ 손수호> 당시가 80년대 초반이잖아요. 전두환 신군부가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시절입니다.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고 심지어 근처에서 조업하던 어민들도 잘 몰랐대요.

◇ 김현정> 이게 제 기억에서 지워진 게 아니라 아예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은 사건이에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당시에 군 당국은 어선 포함해서 200여 척의 배를 동원해서 한 달 동안 수색했다라고 밝혔지만 찾아낸 게 책 1권뿐이라고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제대로 수색을 한 건지. 아니면 수색을 정말 하기는 한 건지. 이런 의문까지 듭니다.

◇ 김현정> 그냥 그대로 덮어버린 것. 그럼 유족들한테는 설명했습니까?

◆ 손수호> 유족들에게도 설명을 안 했어요. 이게 사고가 왜 생긴 건지, 실종자 어디 있는지, 유해 찾을 가능성 있는지. 뭐 아무런 얘기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유족들은 아는 게 없었고요. 그러면서 당시 기술력이 부족하니까 인양할 수 없다, 선체를. 이렇게 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된 거죠.

◇ 김현정> 인양 못 한다. 설명도 자세히 안 해 주고.

◆ 손수호> 그렇습니다. 유족들이 당연히 설명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고 그렇게 둘러대고 말았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39년이 지났는데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39년 만에 드러난 겁니까?

◆ 손수호> 이게 자료가 없던 게 아니었어요. 국가기록원에요. 비공개 문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4월에 한 언론이 이 자료 입수해서 공개했는데요. 놀랍게도 사고 일시, 침몰 지점에 대한 좌표, 수심까지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고요. 또 경비 업무 중이던 두 선박이 짙은 안개와 높은 파도 속에서 충돌했다는 상황까지 적혀 있었거든요. 그리고 200톤급 207함이 가해 선박이고 침몰한 72정이 피해 선박이라고까지 명시되어 있었어요.

◇ 김현정> 다 밝혔네요.

◆ 손수호> 그런데 유가족도 그 당시에 그걸 처음 본 거고요, 작년에. 이런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바람에 그동안 유족들이 근거 없는 소문으로 큰 고통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바로 이겁니다. 설명을 안 해 준 것도 문제고 덮어버린 것도 문제지만 그 후에 유족들은 엄청난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는 건데 어떤 겁니까?

헌화하는 72정 유가족들
◆ 손수호> 월북이죠.

◇ 김현정> 저 집 아들이 군대 갔다가 월북했다?

◆ 손수호> 배에 타고 전부 다 간 거다. 이런 이야기가 돌았기 때문에 고통을 당했죠. 당시 반공이 국치던 시절 아닙니까? 당시 분위기에서 유족들이 큰 고통을 받았죠. 사고 상황만 정확히 밝혀졌어도 그런 엄청난 고통을 받지 않았을 거예요.

◇ 김현정> 아니, 보상을 받아도 모자랄 판국에 월북했다, 빨갱이다. 이런 소리 들으면서 39년을 살아야 했다는 건데, 유족들은. 그러면 지난해 언론이 이걸 찾아내서 보도를 하면서 수색이 결정된 겁니까?

◆ 손수호> 사실 그것도 아니에요.

◇ 김현정> 그것도 아니에요?

◆ 손수호> 6월에 해경이 회의를 열었어요. 그러면서 탐색 장비를 지원하기로 잠정 결정을 내립니다. 실제로 해경이 140억 원짜리 지원함 등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장비를 투입해서 선체 발견 가능성 높다라는 그런 결론을 내리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이걸 안 하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일주일 후에 해경 지휘부가 다시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기존 입장을 뒤집고요. 탐색 계획이 없던 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 김현정> 유족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인데.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게 조사나 순직자 예우가 이미 다 끝난 상황에서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게 어렵다는 얘기였는데요. 또 민간 어선과의 형평성 문제도 언급을 했고요. 유족 입장에서는 당연히 분통이 터지죠. 당시에 세월호 인양 작업도 진행됐고 또 한국 전쟁 전사자 유해도 발굴하는 시점에서 해경이 이 사건을 몰라라 하니까 당연히 이해가 안 되는 거죠. 그리고 민간 어선과 형평성 이야기했는데 민간 어선하고는 다른 거잖아요.

◇ 김현정> 전혀 다른 거죠. 장비도 있었으면 일단 탐색이라도 좀 해 볼 수 있었던 건 아닙니까?

◆ 손수호>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양은 물론 단순 탐색도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찾아서 인양했는데 시신도 없다. 아무 성과가 없으면 돈 들여서 왜 인양했냐. 이런 비난받을까 봐 걱정을 좀 했던 거네요?

◆ 손수호>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국정 감사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국민적인 여론이 있고 예산이 확보되어야 할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해경이 공식적인 여론 수렴 절차를 진행한 것도 아니고요. 예산 신청한 적도 없었죠.

◇ 김현정>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어요. 그럼 유족들 입장에서 한다고 했다 안 한다고 했다 두 번 울린 거네요. 그러다가 수색이 결정된 건 이번에 나서자 하게 된 건 어떻게 된 겁니까?

◆ 손수호> 사실 유족들이 돈 모아서 하려고 했어요.

◇ 김현정> 우리 돈이라도.

◆ 손수호> 그때 그래서 정말 업체 섭외하고 신고서까지 제출했거든요. 그러다가 해경이 하겠다고 해서 취소했는데 결국은 못하겠다고 한 거잖아요, 다시 한 번. 그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작년 11월에 청와대 국정 감사가 있었어요.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비서실장이 출석했죠. 질의에 답변을 한 거예요. “당연히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3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가족들의 아픔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순직자의 유골을 가족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질의에 대해서는 또 “취지에 공감한다. 관계 기관과 논의하겠다”라고 답변했거든요. 이렇게 해서 결국 수색 논의가 다시 시작된 거죠.

◇ 김현정> 그래요. 유족들이 그렇게 매달려도 꿈쩍 안 하다가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마디 하니까 진행이 된다는 것도 좀 씁쓸한 일이기는 한데 아무튼 그렇게 해서 수색에 나서게 됐는데 찾을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 거예요?

◆ 손수호> 찾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어요. 그래서 해경이 1200톤 잠수 지원함 그리고 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 조사선. 이렇게 참여해서 침몰 추정 지역 중심으로 해서 반경 2.5km 정도를 수색할 예정인데 수심은 100m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조류가, 해류가 심하지 않대요. 그래서 침몰 지점을 정확히 안다면 지금도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선체가 처음 보고된 사고 지점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 김현정> 있을 것 같다는 거예요? 39년 됐는데?


◆ 손수호> 크게 이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 김현정> 그러면 찾게 되면 찾는 것과 인양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잖아요. 인양까지 결정이 난 거예요?

◆ 손수호> 이게 그렇지는 않고요. 일단 선체가 어디에 있는지 가라앉아 있는지를 확인하면 정부 차원에서 인양 계획을 다시 논의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제 전문가들 이야기로는 선체를 찾기만 하면 그 지역에 시야가 좋다. 다 보인다. 작업하기에 어려운 환경이 아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인양이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 김현정> 꼭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대를 간 사람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우리 의무라는 생각이 드는데 손 탐정이 이 사건을 가져오신 이유가 있을 거예요.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새겨봐야 할 지점들은 뭡니까?

◆ 손수호> 국가의 의무인데요. “이게 나라다”. 왜냐하면 최순실, 박근혜 국정 농단 때 여러 사람들이 외쳤던 구호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게 나라냐잖아요. 물론 72정이 침몰했을 때는 워낙 비상식적인 일이 많았던 시대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정부 들어선 다음에도 지난해에도 해경이 한동안 이랬다 저랬다 오락가락하면서 유족들에게 상처를 줬어요. 굉장히 아쉽습니다. 이건 잘못이고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하지만 이제 39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그래도 이제라도 정부가 수색에 나서기로 한 걸 보면 이게 바로 국가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 김현정> 그래요. 이 사건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두 번째 포인트.

◆ 손수호> 정치인, 그중에서도 국회의원의 역할인데요.

◇ 김현정> 국회의원의 역할이요?

◆ 손수호> 39년 동안 유가족들이 계속해서 호소했잖아요.

◇ 김현정> 호소를 지금 처음 한 게 아닌 거예요. 계속 호소한 거예요.

◆ 손수호> 그런데 그동안 그렇게 호소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나서니까 결국은 기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죠. 국정감사에서 지적하고 질의하는 것만으로도 유가족들의 원통함이 조금 풀렸을 텐데 그런 측면이 있는데 그걸 넘어서 실제로 정부에게 자극을 주고 정부가 또 구체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이런 걸 보면 국회의원이 정말 중요하구나. 정말 큰일 할 수 있는 자리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국회가 계속 공전됐잖아요. 다행히 오늘 열린다고 하는데 늦게 열리는 만큼 좀 열심히 일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김현정> 또 있습니까?

◆ 손수호> 72정이 끝이 아니다.

◇ 김현정> 끝이 아니다?

◆ 손수호> 저희가 한 번 더 다뤄야 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74년에요. 거진 해상에서 북한의 경비함정과 마주쳐가지고 치열한 교전 벌이다가 침몰한 선박이 있습니다. 바로 해경 863함인데요.

◇ 김현정> 1974년?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당시에 승조원 28명 중에 26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됐어요. 또 2명은 납북됐습니다. 작년 현충일에 72정, 오늘 말씀드린 72정. 그리고 또 지금 말씀드리는 863함의 유가족들이 함께 추념식을 가졌어요. 그런데 72정 관련해서는 그래도 조금씩 진전이 생기는데 이 863함은 침몰한 뒤에 아직 찾지 못하고 있거든요. 이게 우리 역사에 또 우리 국가의 숙제라고 할 수 있겠죠.

◇ 김현정> 국가를 위해서 일하던 사람들이 아닙니까? 그런 분들이 이렇게 희생당했는데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겠죠. 오늘 손수호 탐정과 함께 속초에서 침몰한 72정, 함정 72함정 이야기. 도대체 어떤 사연들이 숨어 있는 건지 좀 짚어봤습니다. 손수호 탐정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래저래 생각할 게 많은 아침이네요. 고맙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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