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민주당 한정애, 이훈 의원, 유기홍 전 의원, 박준희 관악구청장 등이 시장입구에서 집결했다.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를 시연,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요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어려운데, 제로페이가 되면 수수료가 낮아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해찬 대표)
"자영업자에게는 임대료와 함께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가 고통인데, 제로페이 제도가 보편화되면 자영업자에게 큰 이익이 돌아갈 것이다"(박원순 시장)
"중국에 비하면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너무 늦었다. 소비자들이 많이 도와야 한다"(홍종학 장관)
저마다 제로페이의 편리성과 잇점에 대해 강조했지만 막상 시연에서는 그 장점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시장을 돌며 3차례에 걸쳐 제로페이 결제를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박 시장이나 이 의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제로페이 전도사'인 박 시장도 처음 결제를 시도할 때는 30여초가 걸리는 등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박 구청장 역시 첫번째 결제가 실패한 뒤 두번째만에 성공하는 등 제로페이가 손에 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상인들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 제로페이를 통해 소비자가 물품대금을 상인 계좌로 이체하면 상인들이 그 즉시 계좌이체가 제대로 됐는지를 제로페이 앱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데 이 과정 또한 시간이 걸렸다.
결국 소비자의 결제-상인의 확인 과정을 합치면 30초~1분여가 소요됐다. 10~20초에 끝나는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이같은 불편은 제로페이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제로페이는 애초부터 소비자의 편리성 보다는 상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3%에 이르는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연매출 8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수수료를 전혀 물지 않는다. 결제과정에 신용카드사나 VAN사의 개입을 배제하고 소비자와 상인이 계좌이체를 통해 곧바로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결제작업을 직접 이행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우선 제로페이 앱을 구동해서 로그인 해야하며 상인의 계좌정보 등이 포함된 QR코드를 스캔한 뒤 결제금액을 직접 입력하고 결제비밀번호를 눌러 계좌이체를 마쳐야 한다.
상인은 전용 앱에 로그인해서 이체가 됐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소비자보다는 간단한 작업이지만 대중화된 신용카드 결제보다는 여러모로 불편한게 사실이다.
결제의 불편함과 함께 신용카드 같은 외상구매 기능이 없다는 점도 제로페이의 결정적 한계로 지적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의 계좌에 잔고가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이같은 불편 때문에 제로페이 사용실적은 낮기만 하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인한 지난 1월 제로페이 전체 결제규모는 8,633건에 19억 9천여만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제로페이 가맹점이 4만 6,628개인 점을 감안하면 가맹점당 한달 평균 0.19건에 4,278원이 결제된 셈이다.
소비자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결제금액을 상인이 입력하는 방안과 일부 제로페이 사업자의 신용 제공으로 외상구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신용카드 결제의 편리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실제로 이날 시연행사에서는 일부 상인들이 "상인들에게 홍보해서는 아무런 소용없다. 소비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거나 "소비자 사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제안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금융가에서는 제로페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결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상인 간의 계좌이체로 신용카드사나 VAN사의 개입은 배제됐지만 은행의 계좌이체 역할은 여전하고, 이 역시 비용이 수반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 대신 상인이 결제금액을 입력하는 방식이 도입될 경우 VAN사의 POS망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VAN사의 수수료가 뒤따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연매출 8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VAN사의 수수료는 8억원을 초과하는 상인들의 수수료에서 흡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제로페이는 은행과 간편결제 플랫폼 등이 공익적 차원에서 비용르 자체부담하겠다는 협약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며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파격적인 유인책이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