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 가져오셨어요?
◆ 조은정 > 화제가 된 책 한 권을 들고 왔습니다. 바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인데요. 지금 나온지 3,4개월 정도 된 책인데 요즘 증권가나 일반 기업에서도 이 책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90년생들이라고 하면 지금 거의 20대들이거든요. 20대들이 직장에 들어가고, 또 문화를 주도하면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샀다고 하더라구요. 뮤지컬을 홍보하는 클립서비스 노민지 차장님도 이 책을 샀는데요. 얘기 들어보시죠.
"90년생분들이 이제 회사에서 더이상 신입이 아니라 대리라던지 실무를 해야하는 분들이 많아지는데, 실질적으로 업무 성취도나 만족도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이해를 해야되거든요.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업무에 대한 태도가 저희 세대와는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서 이해를 해보고 싶어서 책을 찾아 읽게 됐어요"
◇ 임미현 > 90년생들을 이해하기 위해 책까지 샀다는 것은 반대로 좀 독특한 특성들이 있다는거네요?
◆ 조은정 > 그렇죠. 90년생들만의 특성들이 잡힌다는 것인데요. 물론 다 항상 세대차이는 존재하잖아요. 그런데 90년생들은 좀 특별한 부분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 책의 저자 임홍택씨는 82년생인데, 30대인 80년대생들하고는 또다른 특성들을 발견하는데요. 총 3가지로 특성을 구분했습니다.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이 세가지입니다.
◆ 조은정 > 일단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언어에서도 줄임말을 아주 많이 쓰고요. '스압 주의'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바로 스크롤 압박, 즉 너무 긴 게시물일때 쓰는 말인데요. 이런 긴 텍스트를 부담스러워합니다. 모바일이 친숙한 세대이다보니 직관적인 부분에 끌리구요. 책을 거의 읽지 않기 때문에 아주 짧은 초단편소설 같은 장르가 나오기도 합니다.
두번째 특징은 재밌는 것을 추구한다는 건데요. 지난번에 저희 극한직업 흥행 얘기하면서 '병맛'에 대해서 분석했잖아요. 90년대생들은 어이없는 개그, 병맛을 좋아합니다. 또 삶에서 유희를 추구합니다. 진지한 것 보다는 가벼운 유머를 찾습니다.
◇ 임미현 > 병맛 유머를 좋아한다. 유머 코드는 정말 좀 다른 것 같애요.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조은정 > 세번째로는 정직함이 있는데요. 사회 각분야에 공정함을 요구합니다. 또 '학생부종합전형' 줄여서 학종이라고 하죠. 이 학종 시스템의 부당함에 분노하고, 불공정한 것을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90년대생들이 공무원에 몰리는 이유가 그나마 공정한 채용 방식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만큼 솔직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한다고 합니다.
◇ 임미현 > 제가 20대 젊은 친구들 볼때 받은 느낌이랑 비슷하네요.
◆ 조은정 > 저도 궁금했습니다. 이런 분석들을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20대 초중반의 90년대생들에게 한번 물어봤는데요. 동의하는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90년생들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자유분방함도 있고, 개인의 권리를 좀 더 중요시하는… 개인주의적이지 않나 싶어요. 이기적인건 아닌데… 공동체주의보다는 개인의 권리를 좀더 추구하는 것 같애요. 조직도 중요하지만 조직과 개인이 양립할때는 개인이 좀더 우선시되는 것 같애요"(손모씨 26살)
"입시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이 많잖아요. 선생님들이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다보니까 학생인 우리는 약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도 너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건 옳지 않습니다'고 얘기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막상 쉽지 않잖아요. 그런게 힘들 것 같아요" (이모씨 21살)
◇ 임미현 > 90년대생들이 왜 이런 특성을 갖게 된 걸까요?
◆ 조은정 > 책에서는 90년생들 특성을 시대적 배경에서 찾고 있습니요.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에 청년 실업이 극심하게 이어지고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워졌잖아요. 그런 배경에서 90년대생들은 그나마 고용이 안정되는 공무원을 목표로 삼습니다. 원대한 꿈은 사치이고, 그저 버티는 것도 힘든 상황이니까요. 자신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기지 않고, 그저 적응해서 살아남으려 노력합니다. 조직이 나에게 해준게 없기 때문에 개인을 희생하기 보다는 개인의 삶을 즐기는데 방점이 있습니다.
◇ 임미현 > 그렇죠. 정말 짠한 마음도 들어요.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으로 내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 목표가 되는거죠.
"자유분방하고 자기가 주도적이어야 하고, 위에서 지시하는 부분이 있으면 거부감을 느끼고 자신에게 설득을 먼저 요구를 하는 것 같애요. 예전에는 위에서 시키면 '네' 했지만 90년생들은 자기 생각과 의견을 적극 말하고, 관철되지 않았을때는 불편을 과감없이 드러내더라구요. 솔직함도 있고.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조직이거나 상사들이 많다고 하면 갈등이 많을 것 같애요. 소통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강모씨 40대 초반)
◇ 임미현 > 저도 내가 혹시 꼰대 아니야 반추해볼때가 많거든요. 인식의 차이때문에 서로 좀 적응이 안되는군요.
◆ 조은정 >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90년대생 인재들을 잡기 위해서 조직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우리는 걸음마 단계입니다. 또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도 우리나라에선 아직 갈 길이 멀었구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90년대생들을 따라잡기엔 아직 우리 조직문화는 좀 뒤쳐진거죠. 이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서 조직문화도 변해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주목할 것은요. 90년생들이 소비와 문화 트랜드도 바꾼다는 겁니다. 번거로움을 싫어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소비자, 즉 '호갱'은 절대 되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구요. 정직한 기업에 더 점수를 줍니다. 직관적이고 병맛을 좋아하는 그런 부분은 문화 콘텐츠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 임미현 >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에도 오렌지족, X세대도 있었지만 요즘은 변화 속도가 훨씬 더 빠른것 같애요.
◆ 조은정 > '90년생들이 온다'가 떴으니, '2000년생이 온다'도 곧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90년생들은 그나마 어린시절에 아날로그를 경험했지만 지금 10대들, 2000년생들의 경우에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세대차이가 날거라고 해요. 요즘 10대들은 전화기를 본적이 없어서 휴대폰의 통화 버튼 모양을 이해를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는데요.
중요한건 새로운 세대를 보는 우리의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서점에서 만난 대학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관점의 차이인 것 같애요. 60,70년대 관점에서 그렇게 볼수도 있지만 사회력이 떨어진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다르다는 거죠. 관점도 다 옛날의 기준에서 본 것이니까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엑스세대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했지만, 지금 90년대생, 2000년생 다르게 보는 관점에는 엑스세대의 시선이 포함돼 있는 것이죠.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이지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요. 그냥 다른거죠.
이상하거나 유별난게 아니라 시대가, 세대가 다른 것이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네 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