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는 몇몇 지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항만 정책을 위해 노력한 후보를 돕자는 언급이 있었지만, 조합원 자율에 맡긴 후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5월 15일 6·13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 후원회가 결성됐다.
오 후보는 후원회 결성식에서 "시민의 후원 참여를 통해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항운노조 모 지부 반장급 조합원들에게 오거돈 후보 후원회에 정치후원금을 내라는 지침이 전달됐다.
각 반장들에게는 오 후보 후원회에 정치후원금을 내는 방법을 사진까지 첨부해 상세하게 설명한 A4용지 한 장 짜리 설명서도 배포됐다.
설명서에 후원금 접수 마감 날짜를 열흘 넘게 남긴 5월 29일까지 후원을 완료하라는 참고 사항이 적혀있었다.
당시 오 후보 후원회 차원에서는 이와 같은 설명서를 제작·배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결과 비슷한 시기 다수의 지부에서 반장급 조합원들에게 오 후보 후원회에 정치후원금을 내라는 지침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지부의 한 반장급 조합원은 "위에서 하라고 해서 오거돈 후보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며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 다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이할 점은 지역구에 항만을 낀 국회의원이나 항만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에게 몇몇 지부가 쪼개기 정치후원금을 냈던 것과 달리 오 후보에게는 특정 지부를 가리지 않고 지침이 전달됐다는 것이다.
반면, 당시 오 후보의 유력 상대였던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 후원회에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언급한 지부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항운노조의 특성상 윗선의 압력에 의해 낸 정치후원금이라고 지적했다.
한 반장급 조합원은 "지부에서 특정 후보를 거론하며 정치후원금 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사실상 후원금을 내라는 지시"라며 "폐쇄적인 항운노조 분위기에서 주위 눈치를 보며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보수 정당 후보의 선거 유세에 동원되는 일이 많아 조합이 보수 성향인 줄 알았다"며 "하지만, 당시 당선이 유력했던 오 후보에게만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배를 갈아타는구나'라는 말이 나돌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당시 오거돈 후보 후원회 사무국장은 "소액 후원자들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후원자의 소속을 알 수는 없다"며 "항운노조 조합원들이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