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무한경쟁' 시대…예능PD들 '가능성' 찾아 밖으로

서수민 PD 등 올 초부터 KBS 예능PD 이적 잇따라
지상파 옛말…무한 콘텐츠 제작 시장은 PD들에게 도전 기회
'크리에이터'로 활약할 수 있는 내부 환경 조성 필요

KBS '1박 2일' (사진=KBS 제공)
플랫폼의 경계는 무너졌고 콘텐츠 무한 경쟁 시대가 왔다. 콘텐츠를 만들 기회도, 만들 수 있는 곳도 다양해졌다. 이런 가운데 콘텐츠 창작자인 예능 PD들의 이적설이 나올 때마다 방송사 안팎이 들썩인다. KBS에서 올 초부터 4명의 PD가 이적하거나 이적설이 돌며 '지상파 위기'가 이야기되고 있다.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서 예능PD들이 '창작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 독립하거나, 콘텐츠 제작사로 가거나

지난달 말 KBS 2TV 인기 예능 '1박 2일' 시즌 3의 메인 연출을 맡았던 유호진 PD의 tvN 이적설이 전해지면서 다시금 KBS 안팎이 들썩이고 있다. 유 PD에 대한 이적설은 연초부터 제기됐다. 유 PD는 '1박 2일'에서 신입PD로 등장해 얼굴을 알렸고, 이후 KBS와 KBS미디어가 공동출자한 콘텐츠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에서 예능드라마 '최고의 한방' 등을 제작했다.

유 PD가 몬스터유니온으로 이동할 당시 "PD로서 좀 더 경험해 볼 수 있는 폭이 다양해질 것 같았다"고 말한 바 있다. 유 PD의 이적이 유력시되는 tvN은 현재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 지상파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 PD에 앞서 서수민 PD는 지난 1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KBS를 떠났다. 서 PD는 다수의 코미디 프로그램 연출을 비롯해 KBS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개그콘서트'의 책임 프로듀서로 활약한 바 있는 베테랑 PD다. 서 PD 역시 퇴사 전 몬스터유니온의 예능부문장으로 활동했다. 서 PD는 이후 독립 제작사를 차려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 보여줄 것이라 선언했다.

또한 '1박 2일' 출신의 유일용 PD와 '건반 위의 하이에나' 남성현 PD 역시 지난 2월 MBN 자회사 스페이스 래빗으로 이적했다. 이들이 이적한 스페이스 래빗은 MBN이 출자한 콘텐츠 제작사로, MBN이 자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4명의 PD가 떠나거나 떠날 예정인 가운데 KBS 안팎에서는 분명 개인 선택이지만 선택을 불러오게 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넓고 다양해진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 PD들이 KBS에서 콘텐츠 창작자로서 자리매김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더욱 절실해졌다.

◇ 콘텐츠 제작 기회 많아진 상황에서 '가능성'에 도전

지상파에 '위기'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다. 케이블채널 tvN과 종합편성채널 JTBC가 지상파를 위협하는 성과를 계속 내놓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나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SM C&C 등 대형 기획사들도 PD들을 대거 영입하며 콘텐츠 제작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여기에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영향력이 커지며 미디어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들의 등장은 결국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는 물론이고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입지도 줄어들게 만들었다.


지상파의 영향력은 줄어들었지만 그 만큼 다른 시장이 넓어지고, 케이블과 종편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PD들이 '기회'를 찾아 밖으로 떠나는 것을 망설이지 않게 했다. 바깥은 채널만 많아진 것뿐 아니라 버라이어티, 코미디, 토크쇼, 음악 등 다양한 종류의 예능 프로그램이 다수 존재하는 시장이다. 도전의 기회 또한 늘어났다는 의미다.

KBS의 경우에도 내부의 한정된 프로그램과 편성 속에서 PD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맡거나 새롭게 기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KBS를 벗어난다 해도 원하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내부보다는 바깥에 가능성이 더 많다는 점은 PD들의 이적 원인 중 하나다.

KBS의 한 예능PD는 "이미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도, 시장도 변화한 지 오래다. 지상파는 이미 예전부터 위기"라며 "지상파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재정적인 문제, 여기에 지상파가 위기인데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외부의 시선이 새로운 시도는 어렵게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예능뿐 아니라 교양, 드라마 등 다방면에서 PD들이 여러 시장으로 이적했다. 방송 콘텐츠 시장 전반으로 봤을 때 KBS가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하게 된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그는 "향후 통신사나 IP TV 회사까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상황이 오면 PD들의 이적은 또다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전략과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사진=방송화면 캡처)


KBS 내부에서는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내부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훈희 제작2본부장 인사 역시 사측의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KBS 예능PD 출신인 이훈희 본부장은 2006년 KBS를 퇴사해 예능 프로덕션 코엔미디어 이사를 거쳐 SM C&C 예능제작본부 총괄본부장, SM C&C의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외부 미디어 시장을 두루 경험한 인사의 영입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여기에 PD들이 창작자로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기대감도 존재한다.

한 PD는 "예전엔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시도하지 못한 거라면 지금은 하고 싶은데 프로그램이 잘 안 될까 주저하는 분위기"가 크다며 "크리에이터로서 PD들의 시도를 인정하고 내부에서 그러한 분위기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 역시 "지상파 방송사의 쇠퇴에 대한 호기심 차원으로 논의가 끝나면 발전이 없다"며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환경을 구성하는 게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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