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절,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주관한 보수단체 집회입니다.
이 자리에서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은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3.1운동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지시하고 주도했다는 겁니다.
< 전광훈 대표회장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 (3.1절 한기총 집회 발언 중)
"우드로 윌슨이 민족자결주의를 외칠 때에 그 기회를 우리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한국 독립운동단체가 일어나라고 지시한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독립운동 단체들이
일어난 것이 3.1독립운동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전광훈 대표회장의 주장은 사실일까.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김승태 소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3.1독립운동을 지시했다는 역사적 사실이나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소장에 따르면, 3.1 독립운동은 어떤 한 개인에 의해서 주도된 운동이 아니었으며, 이승만은 3.1 독립운동이 일어나기 전에 3.1운동 계획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 김승태 소장 /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
"3.1운동에 대해서 언급도 없었고 계획을 알지도 못한 사람이 그걸(3.1운동을) 주도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하와이에 거주하던 이승만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9일 뒤인 3월 10일에 가서야 서재필 박사를 통해 3.1운동 소식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3.1운동이 미주 한인사회에 처음 알려진 건 중국 상해에 있던 현순 목사가 미주한인단체인 대한인국민회에 전보를 친게 직접적인 계기입니다.
이어 13일자 신한민보에 기사가 나면서 미주사회에서 3.1운동 소식을 널리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3.1운동을 이승만이 지시하고 주도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는 겁니다.
김 소장은 또 이승만 대통령이 3.1운동을 일으킨 것을 뒷받침할만한 자료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 김승태 소장 /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
"이승만 자신이 남긴 문서들이 많이 있는데, 그 문서들에도 3.1운동에 대해서 자신이 일으켰다. 자신이 지시했다는 자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김 소장은 이승만이 독립운동계를 분열 시켰을 뿐 3.1 독립운동을 주도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 김승태 소장 /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
"이승만은 가는 곳마다 독립운동계를 분열시켰습니다. 이승만이 자기 중심적이어서 추종자들에게는 추앙을 받았지만 실제로 독립운동계에서는 굉장히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한기총이 이승만 대학 발기인대회를 여는 등 이승만 알리기에 나선 전광훈 대표회장.
김 소장은 "책임있는 지도자라면 역사적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발언을 해선 안 된다"고 충고합니다. CBS 뉴스 박성석입니다.
(영상취재 / 최내호, 편집 / 조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