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측은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후원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지부에서는 후원금을 낸 영수증까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부산항운노조 모 지부에서 반장급 조합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라는 지침이 전달됐다.
지부장 바로 아래에 있는 반장은 일반 조합원 10여 명을 관리하는 간부급 조합원이다.
반장들에게는 10만원이라는 후원금 액수와 후원 계좌번호까지 전달됐는데, 대상자는 부산 '남구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지부 반장급 조합원들에게도 박 의원 후원회에 정치후원금을 내라는 지침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의 지역구에는 부산항운노조의 주요 활동 영역인 북항이 포함되어 있다.
박재호 의원실에 확인해보니 실제 지난해 하반기 부산항운노조 소속 조합원 50여명이 정치후원금을 낸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취재 결과 부산항운노조 반장이나 조장급 조합원들은 박 의원 외에도 항만에 영향력이 있거나 조합 활동 영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의원 등에게 정치후원금을 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항운노조의 한 반장급 조합원은 "과거에는 선거 유세를 할 때 동원되는 일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정치후원금을 내라는 지침이 내려온다"며 "항만을 끼고 있는 지역구 의원이나 지역 의원 중 항만 관련 상임위에 소속된 의원이 대상이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항운노조와 같은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후원금을 낼 수 없다. 만일, 조합 측의 지시에 의해 반장들이 후원금을 냈다고 하면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항운노조 측은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정치후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라는 지침이 전달한 모 지부에서는 반장들에게 후원금 영수증을 제출하라는 공지까지 한 것으로 확인돼 조합의 해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한편, 쪼개기 정치후원금 정황에 대해 박재호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 차원에서 후원금의 조성 경위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만일, 법에 어긋난 후원금이라고 하면 해당 후원금을 반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