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戰과 돌파戰 사이에 낀 문 대통령, 금강산으로 활로 여나?

9개월 만에 직접 주재한 NSC에서 北 영변핵시설 폐기에 의미부여
"영변핵시설 폐기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 향후 美 설득 시사
"북미대화에 도움줄 남북관계 발전 방안 찾아달라"
북한의 대화 이탈 방지…개성공단·금강산 재개 추진 메시지
북미대화 공전 장기화 막으며 남북경협으로 돌파 의지…북한 달래기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대북)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주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은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협력 방안을 토대로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9개월만에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 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주길 바란다"며 하노이회담에서 확인된 북미간 비핵화 간극을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돌파하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며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관계의 정상화와 북일관계 정상화로 연결되고,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평화안보 질서로 확장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노이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문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던 청와대는 회담 결렬 이후 북미 대화가 장기간 공전할 지 우려하고 있다.


이날 NSC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북한이 이번 회담결과를 평가하고 대미(對美), 대남(對南) 전략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방증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약 100분간 진행된 NSC 전체회의 말미에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북미 모두 대화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인내심을 갖고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참모진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역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으로 복귀한 직후, 하노이회담을 복기하면서 북미대화 '무용론'으로 기울지는 않을지 하는 우려가 녹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회담 막판에 '영변핵시설 폐기+알파'와 전면 제재완화 등 '빅딜'을 제시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자칫 '은둔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마이클 코언 전 개인변호사의 의회 청문회 등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어 당장 대화 동력을 살려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날 NSC 모두 발언에서 "(하노이회담에서) 영변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논의됐다. 영변핵시설이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하노이회담 최종 합의문에 북미 정상이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북측이 영변핵시설 폐기를 공식화했고, 이에 대한 미국측의 일부 제재완화가 논의된 것 자체가 성과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은 향후 북미대화 재개 촉진자로서 북한에 영변핵시설이 갖는 중요성과 상징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면서 단계적이지만 불가역적인 방식의 비핵화 필요성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5일 워싱턴으로 급파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한 것은 북한의 북미대화 이탈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면서, 영변핵시설 폐기에 상응하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 면제조치를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하겠다고 북미 모두에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남북 공동선언 합의의 내용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을 마련해 미국과의 협의를 준비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북미대화 공전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 이른 시일 안에 북미 모두가 일부 양보를 통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는 돌파구 마련에 집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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