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4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남부지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신속한 산재 인정을 공단에 촉구했다.
반올림의 집단 산재신청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14번째다. 반올림은 그동안 137명의 산재신청을 진행해 그 중 43명의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이번 산재신청자 중에는 삼성전자 사업장 소속 8명을 포함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외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포함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하다 다발성근염에 걸린 송모(29)씨의 대리인이 나와 지난해 삼성전자-반올림 중재안의 한계를 비판했다.
대리인 이상규 노무사는 "삼성전자 보상위원회는 크린룸에서 일하다 발병한 모든 근로자에게 보상한다고 보도했지만 다발성근염은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라며 "특정 질병만 선별해 보상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이어 "발병 요인이 유사하다고 알려진 다발성 경화증이나 루푸스는 보상대상이 되지만 다발성근염은 신청도 받지 않는다"며 삼성의 배제 없는 보상을 촉구했다.
삼성전자의 사내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지난 2017년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서른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임한결씨의 어머니 유정옥씨도 나와 발언을 이어갔다.
유씨는 "건강하던 서른 살 아들의 백혈명 진단은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며 "반도체 산업과 희귀병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아들이 일하러 나갔던 장소가 반도체 공장이었단 사실에 마음이 아렸다"며 눈물을 흘렸다.
1989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한 이후 신부전증으로 투석 중인 한모(53)씨도 직접 나와 "포토 공정에서 아세톤, 신너 등 각종 약품을 매일 손으로 만졌다"며 "장갑을 끼고 작업해도 장갑이 녹는 열악한 작업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부전증을 겪으며 한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고,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동료들도 힘든 사람들이 많다"며 "저를 포함한 모든 분들의 산업재해가 인정되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반올림은 지난해 삼성전자와의 중재안 발표 이후에도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반올림 관계자는 "우리는 여전히 삼성이 어떤 공정에서 어떤 유해화학물질을 쓰고 있는지 모르고 심지어 피해자 전체 규모가 얼마나 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집단산재신청 사건들에 대해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고용노동부가 신속하게 산재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