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음란물 스트리밍사이트 운영한 前 웹디자이너 검거(종합)

전직 웹디자이너, 미국서버로 음란사이트 운영
아동·청소년 출연물, 리벤지포르노 등 7만여 건 업로드
사이트 누적 이용자 2500만 명 몰려
도박사이트 광고비로 억대 범죄수익 챙겨
경찰, 필리핀 이민청·인터폴 등 국제공조요청
"해외 서버 있어도 끝까지 수사하겠다"

최씨가 운영한 사이트. (사진=전북지방경찰청 제공)

해외에서 리벤지포르노 등 불법 음란물 스트리밍 사이트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억대의 돈을 챙긴 전직 웹디자이너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유포 등 혐의로 최모(35)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15년 2월 미국 서버를 이용해 음란사이트를 개설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과 일반인 리벤지포르노를 비롯한 총 7만여 건의 불법 음란물을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하는 수법으로 2500만 명에 달하는 누적 이용자를 모았다.

이후 도박 사이트 광고를 자신의 사이트에 게시해주는 대가로 1억 45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피의자 인도 절차를 설명하는 경찰 관계자. (사진=김민성 기자)

경찰은 최씨가 필리핀에서 불법 음란사이트를 운영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뒤 본청 외사수사과의 지원을 받아 필리핀 은신처를 특정했다.

또, 지난 8월 최씨의 여권을 말소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인터폴 적색수배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에게 내려지며, 범죄인을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조치다.

경찰은 현지 이민청 등과 공조해 추방명령서를 발급받는 등 수사망을 조인 끝에 지난달 19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최씨를 검거했다. 수사 착수 10개월만이다.

최씨는 도피자금을 모두 써서 해외 도피생활을 이어가기 어렵게 되자 국내 입국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된 최씨(가운데). (사진=전북지방경찰청 제공)

조사 결과 최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 현지에서 타인 명의로 가입한 도메인으로 사이트를 개설하고,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서버에 우회 접속해 불법사이트를 운영·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각종 불법 음란물을 타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거나, 사이트 주소만 따서 스트리밍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유포했다.

최씨는 이밖에도 100억원대 온라인 카지노 등 불법 도박사이트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한국에서도, 필리핀에서도 웹디자이너로 돈을 벌기 힘들어 범행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로부터 압수한 증거물을 살펴보는 수사관들. (사진=김민성 기자)

경찰은 최씨를 상대로 4천여만 원과 미화 300불을 압수하는 등 범행에 사용된 대포통장을 추적해 범죄 수익을 환수하고 있다. 또, 최씨의 사이트 운영을 돕거나 통장을 빌려준 이들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가 있어 수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국제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