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마지막 일주일을 남기고 청주 KB스타즈가 우승을 확정했다.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차지했다.
지난 6년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한 아산 우리은행은 2위에 머물면서 통합 7연패 도전이 좌절됐다. 그런데 6개 구단의 누적 기록(3월2일 기준)을 보면 올시즌 정규리그는 우리은행이 정상에 올랐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우리은행은 팀 평균 득점 72.2점을 기록해 3위 용인 삼성생명(72.6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평균 실점은 61.2점으로 6개 구단 중 가장 적다. 평균 득실점의 차이는 플러스(+) 11.0점. 여자프로농구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1위는 WKBL 사상 최강팀 중 하나로 여겨지는 2016-2017시즌의 우리은행으로 당시 득실점 차이는 무려 +14.1점이었다.
게다가 우리은행의 팀 야투 성공률은 43.3%로 가장 높았다. 또 수비리바운드 점유율(71.5%)와 공격리바운드 점유율(38.5%)에서도 1위를 차지할만큼 리바운드 능력도 강했다.
외국인선수 포지션에서 고민이 많았지만 임영희, 박혜진 등이 버티는 우리은행의 국내선수는 탄탄했고 신예 박지현이 가세하면서 전력 향상의 가능성은 더 커졌다. 충분히 정규리그 정상을 노릴만한 전력이었다.
KB스타즈는 어떻게 우리은행을 제치고 정규리그를 제패할 수 있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KB스타즈의 전력 역시 우리은행에 밀리지 않을만큼 강력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가 결정적이다. 총 7번의 맞대결에서 5승을 챙긴 것이 우승 원동력이 됐다.
우리은행이 WKBL을 정복한 지난 6년동안 상대 전적에서 앞섰던 팀은 지난 시즌 KB스타즈(4승3패)가 유일했다. KB스타즈는 2년 연속 우리은행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올시즌 첫 두 경기를 내줬지만 이후 5연승을 질주했다.
KB스타즈가 74대59로 크게 이긴 마지막 7차전을 제외한 첫 여섯 번의 맞대결의 평균 점수차는 3.2점이었다. 그만큼 치열했다.
안덕수 감독은 맞대결 2연패를 끊은 작년 12월9일 청주 3차전을 "선두 추격의 터닝포인트"라고 표현했다. 강아정의 결승 3점슛에 힘입어 60대59로 승리한 경기다.
KB스타즈는 기세를 몰아 아산 원정 4차전도 잡았다. 종료 3.7초를 남기고 베테랑 염윤아가 골밑 득점을 성공해 48대46 승리를 이끌었다.
KB스타즈가 순위를 역전해 1위로 올라선 가운데 올해 2월9일 청주에서 열린 양팀의 6차전은 최고의 명승부로 손꼽힌다.
박지수가 종료 10초 전 역전 골밑 득점을 성공한 데 이어 우리은행 박혜진의 마지막 슛 시도를 블록해 승부를 끝낸 날이다. 사실상 KB스타즈의 정규리그 우승으로 직결된 승부였다.
KB스타즈의 정규리그 우승은 위성우 감독 체제의 우리은행을 상대로 사상 첫 맞대결 5연승을 달성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는 박지수가 가장 유력한 정규리그 MVP 후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는 5연승 과정에서 독보적인 공헌도를 자랑했다. 선두 추격의 발판이 된 3차전에서 14점 23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활약했고 6차전에서는 마지막 10초를 지배하며 19점 15리바운드 3블록슛을 올렸다.
KB스타즈가 완승을 거둔 7차전에서도 10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더불더블을 달성했다.
박지수는 KB스타즈가 우리은행을 잡은 5경기에서 평균 14.6점, 13.6리바운드, 2.6블록슛을 기록했다. 5경기에서 기록한 평균 공헌도 점수는 36.2점이다. 주요 카테고리에서 정규리그 평균 기록을 뛰어넘었다. 즉, 박지수는 '큰 경기'에 더 강했다.
박지수는 우리은행전 기록을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규리그 MVP 후보로 손색이 없다. 평균 득점 9위(13.4점), 리바운드 3위(11.6개), 어시스트 9위(3.2개), 블록슛 1위(1.85개), 공헌도 점수 2위(1097.30점 - 평균 33.25점)를 기록했다.
박지수는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여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에 진출해 휴식 대신 도전을 선택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남북 여자농구 단일팀에 합류,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땄다. 그로 인해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WKBL 시즌을 맞이했다.
박지수는 "초반에 몸 상태가 안 좋았다. 미국에 괜히 갔나 생각도 했다.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았고 생각한 플레이도 안됐다"고 말했다.
시간이 약이었다. 박지수는 "시즌 중반부터 몸 상태가 올라왔다. 선수는 늘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체력 문제는 시즌 초반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체력 문제를 극복한 박지수는 더 성장한 기량을 바탕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안덕수 감독은 "박지수가 미국에서 배운 경험이 후반부터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멘탈도 강해졌다. 손발을 맞추는데 시간은 걸렸지만 미국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큰 물에서 얻을 수 있는 성숙한 모습과 경험이 나왔을지 모르겠다. 잘 다녀왔다"고 말했다.
만약 박지수가 오는 11일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차지할 경우 역대 최연소 MVP의 영예를 차지하게 된다. 현재 기록은 2001년 겨울리그에서 만 20세11개월의 나이로 MVP를 차지한 KB스타즈 출신 변연하(당시 삼성생명)가 갖고 있다. 박지수의 현재 나이는 만 20세3개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