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선희 "회담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北최선희 외무성 부상,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
회담 결렬에 회의감…"계속할 필요 있을 것 같지 않아"
"김정은, 미국 계산법에 의아함 느껴…생각 달라지는 듯"
"핵·미사일 시험 중단 만으로도 유엔 재제 풀려야 마땅"
'영변 핵시설' 고평가, "미국은 억지주장" 비판
"영변 폐기에 美전문가 초청하겠다 제안했다" 공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 (사진=연합뉴스)
북한 최선희 외무상 부상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에 대해 회의감을 드러내며 "지금으로서는 미국과 회담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1일 오후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일부 한국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전날 회담이) 미국의 최종적인 입장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 때문에, 우리도 지금 다시 입장을 (고민)해보고 회담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계산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취재진이 '김 위원장이 실망했는가'라고 묻자 최 부상은 "실망보다는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다"며 "생각이 좀 달라지시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15개월 중지, 핵실험 중지, 이 두 사안들 가지고도 응당 프로세스가 돼야 할 유엔 제재 결의들이 영변 핵폐기를 해도 안 된다 얘기하니, 이 회담 계산법이나 자체도 혼돈이 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위원회의 대북제재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이를 15개월 째 중단하고 있는 현재, 대북제재도 풀려야 한다는 인식인 셈이다.

이어 최 부상은 "그런데 전혀 (제재를) 해제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걸 넘어 (영변과 그 이상을) 폐기까지 해야 된다고 '억지주장'으로 너무 나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말해 자신들은 이미 대북제재가 풀릴 수 있는 조건을 갖췄음에도 한발 더 나아가 영변 핵시설의 폐기까지 제안했지만, 미국은 또다른 시설의 폐기까지 거론하며 제재 해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최 부상은 영변 핵 폐기에 대해 "정말 깨끗하게 포기하고 내놓을 입장을 내놓았다"면서 "우리가 한다는 폐기는 미국측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명백하고 투명하게 할 모든 성의를 가지고 최상의 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변 그 자체는 폐기는 물론 사찰까지 용인한다는 의사를 회담에서 밝혔지만, 미국이 "잘못 화답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부상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측이 굉장히 사리에 맞지 않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되는 회담에 계속 나가야 되겠는가 생각을 한다"며 "(김 위원장의) 신년사로부터 시작해 상응조치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뭐가 되고 뭔가 돼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전날 회담에서 나온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며, 이러한 압박과 제재가 이어진다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이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은 약 7분간 이어졌다. 북한 인사가 공개적으로 기자들과 질문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미국의 반응과는 달리 자신들의 요구가 결코 과도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남측을 자기 편으로 끌어드리려는 최고지도자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최 부상은 기자회견에 부담감은 없었냐는 질문에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