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배구협회는 최근 이탈리아 출신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에게 여자배구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외국인 지도자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것은 100년이 넘는 한국 배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결정이다. 이는 한국 배구뿐 아니라 라바리니 감독에게도 중요한 도전이다. 16세 어린 나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자국을 비롯한 유럽과 남미 무대에서는 다양한 팀을 지도한 경력이 있지만 낯선 아시아에서, 그것도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것은 처음이다.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부임 첫 기자회견을 연 라바리니 감독은 “큰 기회이자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한국처럼 중요한 팀을 맡게 됐다는 점에 감사하다”면서 “스포츠 관련 종사자에게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출전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가장 큰 도전이다. 나 역시 올림픽 본선 도전이 꿈이었다. 한국은 내게 꿈을 이룰 기회를 줬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 출신이 아니라는 점, 자신이 한국과 아시아 무대에서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점은 라바리니 감독을 향한 가장 큰 우려다.
하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 사람인 내가 자라온 문화가 한국, 아시아의 문화와 다르다는 것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 책임감도 분명 느끼고 있다”면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이런 멋진 여정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고 강조했다.
현재 브라질 리그가 진행 중인 만큼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선수를 충분히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현재 배구협회가 전력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V-리그 영상을 전송하고 있지만 파악해야 할 선수는 아직 많다.
선수 파악을 위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탄탄한 기술적인 토대에서 나의 방식으로, 나의 배구 철학을 통해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면서 “선수들이 익숙한 방식이 있고 내가 잘하는 방식이 있다. 이 둘을 합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 선수들이 가진 기량이 탄탄하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