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맺힌 모정 "22번째 기일에도 소송할 줄이야"

검찰, '이태원 살인사건 손배소' 상고
검찰, 1심에 이어 2심에도 불복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 이복수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올해 4월 3일에도 소송을 하고 있을 줄이야. 너무 기가 막힙니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 이복수(77) 씨는 28일 검찰의 상고(2심 판결에 대한 불복 신청) 소식에 다시 무너졌다. 아들이 죽고 지난 22년간 국가와 법에 대한 불신은 쌓일 대로 쌓였지만 이번만큼은 범죄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이 씨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만 22년인데 정말 너무 힘들다. 여태까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상고 안하면 이번 기일엔 마음이라도 홀가분하겠구나 했는데 늙은 사람들에게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고 토로했다.

고(故) 조중필 씨는 1997년 4월 3일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흉기에 수차례 찔린 채 발견됐다. 당시 조 씨의 나이는 23살. 유족들은 아들과 함께한 세월만큼 범인을 잡느라 시간을 보내고 국가와 소송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 민사32부는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정부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유족이 수사지연으로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해 총 3억6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민사소송에서 2심 판결에 대한 불복신청 기간은 판결문이 송달된 날부터 14일이다. 검찰이 이날까지 상고하지 않으면 '이태원 살인사건' 관련 모든 소송은 22년 만에 완전히 끝나는 셈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판결 확정을 하루 앞두고 대법원에 다시 판단을 요청했다.

유족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향법의 오민애 변호사는 "유족이 억울하게 겪은 세월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게 되길 바랐는데 안타깝다"며 "대법원 심리에 최소 4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수사당국은 사건 당시 부실 수사로 진범을 기소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재수사 과정에서도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 연장신청을 하지 않아 진범이 도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미국으로 도주한 진범 존 패터슨은 2015년에야 국내로 송환됐고 2017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받았다.

앞선 재판들에서 이미 당국의 부실한 수사에 대해 법원이 여러 차례 인정했고, 이번 손배소 1·2심 모두 유족이 승소해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오 변호사는 "비슷한 사건들에서 소송 실익이 없거나 추가 피해가 큰데도 정부가 관행적으로 불복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1·2심에서 "위자료가 인정될 만큼의 위법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유족과 다퉜다. 또한 출국정지를 연장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이미 2006년에 국가가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었던 만큼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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