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뭘 믿고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드나

다른 신용카드와 별차이 없어 당장은 의문
기술 주도 애플과 자산관리 뛰어난 마커스 결합
소비 데이터 없지만 뛰어난 자산관리 시스템
내부 직원 테스트 거쳐 연내 서비스 확대 예정

최근 애플이 거대 투자은행 그룹인 골드만삭스(GS)와 신용카드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업계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확장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애플이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소비자금융 경험이 전무한 골드만삭스와의 결합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애플/GS 신용카드는 아이폰의 애플지갑(Apple Wallet) 앱과 통합돼 지출 및 결제에 따른 보상 관리 등의 부가 서비스와 함께 2%의 캐시백, 애플 제품을 구매시 추가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터카드

애플은 2014년 애플페이를 출시한데 이어 최근 미국에서 애플페이 캐시를 출시했다. 결제시마다 일정액의 수수료가 카드사 등으로 빠져나가지만 자체 신용카드를 통해 수수료 절감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는 애플 제품에 대한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영국 최대 은행 바클레이가 애플페이에 진출해 이미 신용카드 발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은행들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미국 내 신용카드는 물론 모바일 결제 대부분이 가능하다. 애플제품 구매시 보상 혜택도 주어진다.

미국 금융업계는 소비자 금융 경험이 일천한 애플과 골드만삭스에 대해 반신반의 하면서도 애플의 막강한 팬덤과 933억달러(약 105조원)에 이르는 골드만삭스의 돈줄이 만나는 것에 썩 달갑지만은 않아보인다. 물리적으로만 보면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월가에 보기드문 강력한 경쟁자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도 골드만삭스도 소비자 금융 경험이 거의 없지만 애플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현금과 팬덤을 보유한 거대한 괴물이며, 골드만삭스는 933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줄을 쥐고 있다"며 "모처럼 소비자 금융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메릴린치은행 출신의 투자가였던 멀 더키는 "이제 금융 서비스 업계는 다른 누구보다 큰 경쟁자를 대면하게 됐다. 게임 규모가 더 커졌다"며 은행, 규제기관, 금융기술 기업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소비자 금융 비즈니스 진출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포브스는 애플/GS의 신용카드 사업 진출에는 3가지 고비가 있다고 경고 했다.

첫번 째, 신용카드 사용자는 카드 사용을 통한 보상을 원하는 고객, 저금리를 원하는 고객, 선호도에 따라 카드를 선택하는 고객으로 나뉘는데, 애플/GS 카드는 애플 광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겠지만 이미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는 바클레이 카드가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선호도를 제공하는 혜택이 없다면 애플/GS 카드는 구매에 따른 캐시백 등 보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시중에서 제공하는 2% 대 캐시백으로는 신규 사업자로서의 경쟁력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두번 째, 애플은 애플지갑 앱을 개선해 신용카드 빚을 갚고 잔액을 관리하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지만 소비자 패턴 분석 데이터가 없는 애플이나 백만장자들만 상대했던 골드만삭스에게서 이 기능의 효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세번 째, 애플이 데이터 중심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 중심 기업이 된 반면, 애플은 기술 주도 기업이라는 점이 시장 경쟁력에 의문을 가지는 이유다. 포브스는 애플이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호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이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포브스는 "신용카드 사업은 데이터 중심 사업이다. 금융 업계는 훌륭한 분석팀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애플에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포브스와 WSJ는 골드만삭스가 예금과 대출, 자산관리 상품을 온라인으로만 취급하는 자사 리테일 뱅크인 마커스(Marcus) 경험을 애플 고객에게 제공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애플/GS 신용카드는 충분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크론 컨설팅의 리차드 크론 최고경영자(CEO)도 링크드인 계정에 "애플/GS의 서비스는 인공지능(AI) 중심의 맞춤형 신용 옵션을 활용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모든 구매 장소에서 신규 고객을 활성화 할 수있는 즉석 발급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자인 에미르 카메니카와 마리안 베르트랑이 지난해 6월 전미경제조사회(NBER) 보고서에 발표한 논문에서 "통상적인 부의 예측변수를 보면, 아이폰을 소유할 경우 적어도 고소득(high-income) 가능성이 있다는 강력한 징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득, 교육, 성별, 인종, 정치 성향을 포함해 미디어 소비, 소비 행동, 시간 활용, 사회적 태도를 기반으로 설문조사 및 대면 인터뷰를 통한 가계 소득 데이터 표본 6394개를 활용해 1992년부터 2016년까지 '고소득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상품과 브랜드 변화'를 조사했다.

2016년 기준 아이폰 사용자가 고소득자가 될 가능성은 69.1%에 달했다. 아이패드는 66.9%로 두번째로 높았다. 실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소지한 사람 중 69%가 가구 소득 상위 4분의 1에 해당하는 고소득자였다.

언론들도 이 결합에 대해 바클레이 신용카드 진출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보고 있다. '태풍의 눈', '게임 체인저' 등이 제목에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 업계와 전문가들도 대체로 고소득자에 속하며 금융 및 자산관리에 관심이 높은 애플 제품 사용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애플과 골드만삭스의 행보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애플이 일반 은행·카드사가 아닌 골드만삭스와 손을 잡은 것도, 단순히 수수료 때문이 아닌 신용카드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도 여기에 실마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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