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1시)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북미 단독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그의 '단골 멘트'가 된 'no hurry'를 연발했다.
"급하지 않다"거나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등 비슷한 표현까지 합하면 6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6차례나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갑자기 속도조절에 나서 배경이 주목됐다.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 정도로 치부됐지만 반복 횟수가 늘어나면서 고도의 협상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자신은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고 시간은 오히려 내 편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협상의 우위를 점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는 '졸속 협상' 비판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알리바이'인 셈이다.
이와 함께 협상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춤으로써 실제 결과가 더욱 도드라져 보일 수 있게 하려는 고도의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지금까지 핵 실험, 로켓 실험이 전혀 없던 것에 대해 김 위원장께 감사 드린다"고 말해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이유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앞으로 오늘 말고도 여러 해 동안 많이 만날 것으로 본다. 아마 이렇게 협상을 한 이후에도 만날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장기전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우리는 속도를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옳은 협상을 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사실상 압박했다.
하지만 협상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서도 같은 신호를 수차례 발신한 것은 실제로 기대치를 밑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소 예상치 못한 태도에 김 위원장은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한테 시간이 제일 중요한데..."라고 말한 뒤 취재진의 퇴장을 당부하듯 손짓을 하며 "편안한 시간을 주시면 우리가 계속 이야기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협상 결과에 자신이 있느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예단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고 답해 회담 결과는 아직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