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윤동주 연기…아직도 마지막 장면에선 눈물"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박영수…초연부터 줄곧 윤동주 연기

"윤동주 시인을 넘치지도, 덜하지도 않게 오롯이 표현해보고 싶어요."

서울예술단의 대표 창작가무극(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벌써 다섯 번째 윤동주 역을 연기하게 된 배우 박영수(37)는 28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한 인터뷰에서 "윤동주로서 무대 위에서 온전히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참담한 조국의 현실에 괴로워하며 절필과 집필을 반복한 윤동주의 고뇌를 춤과 노래로 풀어낸 작품이다.


2012년 초연 때부터 화려한 무대장치나 스타 없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었다. 윤동주의 맑은 시가 스민 대사들과 서정적인 노래들이 흥행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초연 때부터 빠짐없이 윤동주 역을 연기해온 박영수 역시 이 작품을 떠올렸을 때 빠뜨릴 수 없는 존재다.

그는 다음 달 5~17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서 진행되는 다섯 번째 시즌에도 참여한다.

조용한 듯 단정한 말투와 선한 눈빛이 윤동주 역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부끄러움의 시인', '유약한 시인' 이면의 윤동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윤동주 시인이 목청 높이 구호를 외치거나 전면에 나서 저항한 인물은 아닙
니다. 그러나 결코 나약한 인물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숱한 번민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도덕적 양심과 희망을 버리지 않은 인물입니다. 해방 이후를 준비하려는 태도도 보이고요. 일본 경찰도 시(詩) 이상의 지점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를 사상범으로 체포했던 게 아닐까요."

커리어 측면에서도 이 작품은 특별하다. 2009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한 그가 첫 주역을 따낸 작품이 바로 '윤동주, 달을 쏘다'다.

"초연 당시에는 능력적인 한계를 굉장히 많이 느꼈어요. 뮤지컬 배우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당시 처음 해봤고, 집에 들어가서 혼자 엉엉 울기도 했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절 많이 성장시킨 작품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여유가 생겼고, 많이 다듬어졌다고 생각해요."

그가 어린 시절부터 외우고 다닌 구절 역시 윤동주 시인의 '서시' 첫 구절이다. 어디선가 흘러가듯 익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란 구절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어릴 때라서 윤동주의 시 구절이란 것도 모른 채 외우고 다녔던 것 같아요. 뮤지컬 대본을 보면서 윤동주 시인의 시구라는 걸 알게 됐죠. 대본을 읽자마자 '아, 이 작품은 꼭 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뮤지컬에는 총 9편의 윤동주 시가 등장한다. 시인을 소재로 한 다른 뮤지컬들과 달리 시를 직접 노래 가사로 활용하지 않는다. 시의 특별한 감성과 운율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대신 윤동주의 대표 시들이 배우들의 육성으로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그는 "노래로 부르는 것보다 그대로 읊는 것이 배우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더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처음으로 MR(녹음반주)가 아닌 라이브 밴드가 함께 한다.

"윤동주 역을 꽤 많이 연기했는데도 아직도 감옥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연기할 때는 그렇게 눈물이 쏟아져요. 그 강렬한 울림이 관객분들에게 온전히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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