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풀리니 헤어질 시간…3만명 휘어잡은 마룬5 내한공연

'슈퍼볼 굴욕' 잊게 한 탄탄한 무대

칼칼한 목이 풀렸나 했더니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었다.

27일 저녁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은 슈퍼 밴드 마룬파이브(Maroon5)에 열광하는 3만 관객으로 가득 찼다.

마룬파이브는 록과 팝, 알앤비(R&B) 사운드가 조화한 세련된 음악으로 인기를 얻은 미국의 팝 밴드다. 그래미 어워즈 트로피를 세 차례나 들어 올렸으며, 2014년 보컬 애덤 르빈이 출연한 영화 '비긴 어게인'의 흥행으로 두 번째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검증된 뮤지션임에도 이번 내한 전엔 우려가 상당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가 최악의 혹평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례 거부 시위'에 참여한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린 NFL에 항의하는 의미로 공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드셌는데 공연을 강행했고, 무대 자체도 지루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애덤 르빈이 상의를 벗어 상체를 노출한 것도 입방아에 올랐다. 27일 기준 유튜브에 올라온 공연 영상은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2만 명인 반면 '싫어요'는 86만 명이 넘었다.

조롱에 위축된 탓인지 공연 초반 보컬은 살짝 불안했다.

오후 8시 25분께 무대에 오른 마룬파이브는 '왓 러버스 두'(What Lovers Do)와 '페이폰'(Payphone), '디스 러브'(This Love)를 연달아 선사했다. 애덤 르빈은 목이 잠긴 듯 약간의 음 이탈을 보였고, 고음을 소화할 땐 힘들어하며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공연 중반부턴 컨디션을 되찾아 쨍쨍한 고음과 기교를 자유자재로 선보였다.

정규 6집 '레드 필 블루스'(Red Pill Blues) 수록곡 몇 곡을 빼고는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 '돈트 워너 노우'(Don't Wanna Know), '무브스 라이크 재거'(Moves Like Jagger) 등 익숙한 히트곡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해 관객 호응을 높였다.

백미는 앙코르 무대였다. '쉬 윌 비 러브드'(She Will be loved)와 '비긴 어게인'에 삽입된 '로스트 스타즈'(Lost Stars)를 어쿠스틱하게 편곡해 선사했다. 리드 기타 제임스 밸런타인의 감미로운 기타 선율과 매력적인 애덤 르빈의 목소리로만 채운 음악이 고척돔을 오롯이 감쌌고, 관객들은 뜨거운 떼창으로 화답했다.

팬들과 소통도 잊지 않았다. 애덤 르빈은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한 뒤 "여러분은 정말 놀랍고 아름다운 관객이다. 사랑한다. 꼭 다시 만나자"라고 외쳤다. 지난해 10월 단독 내한공연을 연 키보디스트 PJ 모턴도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푸근한 미소를 건넸다.

이날 90분간 진행된 공연 티켓 가격은 7만7천~14만3천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3만석이 완판됐다.

마룬파이브는 다음 달 1일 대만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3일 마카오, 5일 필리핀 마닐라, 7일 싱가포르, 9일 태국 방콕 공연을 한 뒤 유럽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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