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개된 화면에서 무려 10번이나 큰 웃음을 보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함을 과시하는 한편 대부분은 굳은 얼굴로 있으면서 속내를 드러내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27일 오후 6시 30분쯤 회담장인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 북미 정상이 등장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의 첫 회담과 달리 오른쪽에서 걸어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모습은 다소 굳어있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내 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볍게 어깨를 치며 말을 건네자 김 위원장은 첫번째로 크게 웃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 질문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땡큐"를 반복하며 질문을 끊었다. 무표정하던 김 위원장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익살스럽게 다시 웃음을 지었다.
자리가 정돈되고 다시금 두 정상이 포토존에 모였는데,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다시 큰 웃음이 터졌다. 261일만의 만남의 어색함은 사그라든 것처럼 보였다.
◇ 金 작심발언…그래도 트럼프에겐 신뢰의 미소
환담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마음 속에 담아뒀던 작심발언을 내놓았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진척없이 교착됐던 비핵화 협상을 돌아보면서 고민이 많았음을 토로한 것이다.
특히, 불신과 오해, 적대적인 낡은 관행 등 비교적 강한 어조로 미국 조야의 회의적인 시선이 협상의 발목을 잡아왔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언급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생각해보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던 그런 기간이었던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자신은 비핵화 의지를 누누히 밝혀왔지만, 응답없었던 미국에 서운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번에 보다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 질 것이라 확신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통역이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것을 확인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린 이 자리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룰 것 같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이 여유있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만찬장으로 이동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큰 경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대한 지도자를 두고 있는 북한의 미래는 밝고, 그러기 위해 우린 도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언급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남긴 말의 반복이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어깨까지 들썩이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또 앉아서 악수를 나눌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양손을 맞잡자 다시 친근한 웃음을 보였다. 여기서도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 10번째 폭소는 만찬장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직전의 단독회담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한 2~30분이라는 시간동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폭소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걸 들을 수 있다면 돈을 주고 들을만 하다"고 농담을 건넸다.
만찬장에서의 김 위원장은 굳었다 풀리기를 반복했던 앞선 자리에서와 달리 한결 후련해진 표정이었다.
두 정상이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볼 때,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대가로 얻을 수 있는 북한의 경제개발 청사진을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다.
친교의 시간을 가진 두 정상은 오후 8시 40분쯤 예정된 일정을 모두 마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28일 두 정상은 메트로폴 호텔에 다시 모여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최종 담판을 벌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