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입당하며 정치권에 첫 발을 내딛은 신인이 불과 40여일 만에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입당과 동시에 '황교안 대세론'에 힘입어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던 분위기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력을 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황 대표는 책임당원을 대상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5만3185표로 55%를 차지했다. 반면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1만5528표(37.7%)를 얻으며 2만690표(50.2%)를 획득한 오세훈 전 시장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경선 과정에서 줄곧 지적됐던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괴리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경선 과정에서 당 우경화 논란의 주인공인 김진태 의원이 책임당원들에게 2만955표(21.8%)를 얻은 점도 황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다. 황 대표가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음에도 강성 친박인 김 의원을 선택한 친박 지지층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얻은 절반의 득표로는 비박계 주자인 오 전 시장과 강성 친박 김 의원 중 어느 한쪽을 택하기 힘든 형국인 셈이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인적청산 과정에서 동력을 얻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물론 황 대표에 대한 지나친 기대치 때문에 정치신인이 얻은 50%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보이는 등 착시현상이 발생했다는 반론도 있다. 확실한 것은 보수진영의 운명을 좌우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절반의 표를 얻은 황 대표에게 고도의 정치력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이다.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이 포함되는 점을 고려하면 복당파 정미경 전 의원을 제외한 지도부 인사들이 친박 또는 범(凡)친박계에 속해 '도로 친박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개월 간 비대위 체제를 끝으로 선출직 지도부를 구성한 한국당 앞에 놓인 과제도 산적한 상태다. 황 대표는 취임 직후,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5‧18 망언 징계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김진태 의원과 이날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순례 의원은 전대 출마를 사유로 징계결정이 보류된 바 있다.
당직 인선도 향후 보수통합을 고려하면 매우 민감한 요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관리위원회 당연직 위원에 포함되는 사무총장 자리를 탕평책과 보수통합의 지렛대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황 대표는 차기 사무총장으로 복당파 출신의 김세연 의원이 거론되자 이를 부인했지만, 바른미래당 내 탈당파 인사들과 통합을 고려한 인선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선 TV토론 과정에서 논란이 된 '탄핵 프레임'도 황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헌재 판결을 존중하지만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놓거나,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확산된 논란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취임 후 첫 일정으로 28일 오전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한다. 이후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 주재 후 문희상 국회의장 예방,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 접견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