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단의 갑작스러운 하롱베이 방문은 베트남식 개혁개방 '도이머이'를 학습하는 동시에 북한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핵심 사업인 관광산업 모델을 탐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北수행단, 첨단산업도 제조업도 아닌 관광지 먼저
이날 오전 8시쯤 북한 오수용 경제담당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외교담당 당 부위원장을 필두로 한 수행단 10여 명은 숙소인 멜리야 호텔을 빠져나갔다.
이들의 행선지는 하노이에서 약 186km 떨어진 하롱베이다. 하롱베이는 1,969개의 크고 작은 섬 및 석회암 기둥 등을 포함하고 있는 만(灣)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명승지이자 세계적인 관광지다.
오수용 부위원장 등 수행단은 하롱베이를 둘러보고, 하롱베이 파라다이스 선착장의 유람선에 올라 베트남 꽝난성 당서기와 오찬을 함께했다.
오 부위원장은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에는 수행원 명단에서 빠졌던 인물이다. 외교안보와 관련이 없는 경제 분야의 인사기 때문에 처음부터 베트남의 '도이머이' 학습을 위한 발탁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고, 실제 전면에 나선 행보도 경제 관련 행보였다.
여기에 첫 행선지가 과학기술이나 산업단지가 아닌 관광지였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북한이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모태이자 희망이 '관광 산업'에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의 관광산업 육성 의지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전날 '시티 투어'를 감행하기도 했고, 같은 해 5월 다롄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함께 유명 해수욕장인 방추이다오를 거닐기도 했다.
북한은 직접 관광지를 육성하고 있기도 한데, 특히 강원도에 위치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북한이 사활을 걸고 있는 곳이다.
원산갈마지구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해 신년사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최상의 수준으로 완공해야 할 목표'로 제시된 바 있다. 목표 완공 시점은 내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이다.
대북제재의 여파로 대규모 외국 자본 유치가 불가능함에도 북한은 각종 역량을 총동원해 호텔, 수영장, 오락시설 등을 짓고 있다.
이번 수행단에 북측 강원도 박정남 당 위원장이 포함된 점도 원산갈마지구 건설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김정은 위원장도 직접 베트남의 유명 관광지를 방문해 수행원들에게 각종 지시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수행단은 배트남 북부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퐁을 찾기도 했다. 이곳엔 베트남 도이머이 정책의 상징이자 국민기업인 '빈패스트(Vinfast)'가 위치해 있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첫 완성차 업체이자, 자체 자본으로 일으킨 업체라는 점에서 '자력갱생'을 외쳐온 북한 경제의 학습 모델로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