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중재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리는 큰 그림은?

문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정은 위원장 베트남 도착장면 시청
27~28일 UAE왕세제 공식방한 외 별다른 일정 잡지 않아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에서 한반도 신경제구상 충분히 전달
신한반도 체제 주도적 준비, 한미 정상간 의견 공유한 듯
"오래 전부터 비핵화 이후 한국 주도권 깊이 고민"
남북 역사적 뿌리 3·1운동 100주년에 비핵화 후 청사진 제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28일 아랍에미리트 왕세제 공식 방한 일정을 제외하고 별다른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6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동북쪽으로 170㎞ 떨어진 랑선성 까오록현의 중·베트남 접경지역에 있는 동당역에 도착하는 장면을 청와대 집무실에서 실시간 시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올 한반도 비핵화 합의와 구체적 로드맵에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인', '주도권', '주도적 역할'을 거푸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 통화에서 '남북 경협 지렛대' 역할을 자처했다.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해 단순한 비핵화 합의를 넘어 비핵화 이후 실질적 남북경협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한 '도보다리 산책' 시간 대부분을 북한의 비핵화 이후 경제발전 가능성에 할애했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가 설계한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 'DMZ(비무장지대) 환경·관광벨트' 등을 비핵화 이후 남북 경협의 기본 골격으로 제시하고, 신경제구상을 담은 이동식저자장치(USB)도 김 위원장에게 직접 건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며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미 한미정상 혹은 한미 안보라인간 충분한 의견교환이 이뤄진 뒤 나온 발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달 초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해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에 대한 미국측의 상응조치 수준에 대해 충분히 들었고, 이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경협 지렛대'를 제시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비핵화 이후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국가 질서 재편 과정에 한국의 역할까지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가등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경협 역할을 언급한 것은 오래 전부터 비핵화 이후 한국의 주도권을 깊이 고민해왔기 때문"이라며 "특히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에서 대북 무역 비중이 높은 중국 등에 우리의 기회를 뺏기면 안 된다는 고민도 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올해가 남북이 역사적으로 공유하는 3·1독립운동 100주년인 만큼, 그간의 대결과 반목을 걷어내고 남북이 함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자는 장밋빛 청사진을 북측에 제시하면서 더 빠른 속도의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는 면도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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