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탈국가주의를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등과의 동의어로 규정하면서 '시장과 시민사회가 주도하고 국가가 보완하는 체제'라고 정의했다.
탈국가주의에도 불구하고 2‧27 전당대회를 계기로 '국가권력의 폭력'에 대한 반작용이었던 5‧18 광주민주화 운동이 폄훼된 데 대해선 '작은 흐름'으로 치부하며, "당이 과도한 국가주의로 흐르거나 우경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자신감은 김 위원장이 앞으로도 당에 남아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I(나=개인)폴리틱스. I(Innovation‧혁신)노믹스'를 관철시키겠다는 얘기와 같다. 비슷한 맥락에서 차기 총선‧대선 역할 필요성이 나오는 것에 대해 "희생해야 한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숙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평소 소신인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선 대통령의 권한이 아닌 책임을 분산하는 역제안을 했다. 방식은 총리 후보자를 국회에서 의원들이 표결을 통해 추천하는 새로운 제도를 제안하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결단을 요구했다.
전대 당일과 일정이 겹친 2차 북미회담에 대해선 '북한 비핵화' 가능성을 낮게 보며, 미국의 '비핵화 후퇴' 기류를 반대, 압박할 우군으로 일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임기가 끝나는 대로 미국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면서 "정치 개혁의 화두를 찾겠다"고 했다. 저서를 구상 중인데 슬하의 두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라고 했다. "비정치적이지만, 가족 이야기가 보수 정치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국가주의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자의 소신이 담긴 셈이다.
◆ 일문일답
▶7개월여 재임 기간 동안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었나.
=보수정당이 가야할 방향은 탈국가주의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주의라고 생각한다. 결국 강한 국가의 역할이 아니라, 시민사회나 시장, 공동체 등이 앞장서고 국가가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그런 체제다. 그래서 비대위원장이 되자마자, 현 정부의 국가주의 비판했다. 탈국가주의가 당내에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가주의 비판에 대해 '촛불 혁명을 통해 위임받은 권력'이라고 반박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그야말로 경계해야한다. 오만이다. 내가 곧 정의고 선(善)이다. 이 오만은 정치에서 경계하고 국가경영에서 경계해야할 것이다. 촛불 정신, 혁명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미완이다. 촛불 당시 제기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세월호 사건의 경우 아이들 죽음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 담겼다. 그렇다면 국가가 안전에 관해서 강화해야한다. 온통 국가가 시장과 공동체에 개입하겠다고 해놓고선 실질적으로 안전에 관한 문제를 풀지 못했다.
지금도 20년 이상 된 연안 여객선이 운영되고 있다 스텔라 데이지호가 남지중해에서 가라앉았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선 국가가 무슨 책임을 지고 있나.
▶탈국가주의를 말하는 가운데 이번 전대에선 '5‧18 망언'이 문제가 됐다. 탄핵 부정, 태블릿PC 조작설까지 제기됐다. 탈국가주의가 뿌리내렸다고 볼 수 있나.
=많은 분들이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탈국가주의 철학이 우리 당에 알게 모르게 강하게 퍼졌다. 다소 당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과도한 국가주의 흐름이 생기거나 우경화되거나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탄핵이나 태블릿PC가 가진 무게는 과거보다 훨씬 가볍다. 옛날 같으면 그것(탄핵 문제) 하나로 당이 쪼개질 정도로 싸운다. 탄핵에 대해서는 정말 자유롭게 이야기할 때가 올 것이다.
▶김 위원장 본인은 탄핵에 대해서 찬성인가 반대인가.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다. 그래서 당내에서 밤샘토론이라도 하자는 것을 미룬 것이다.
▶총선까지 당의 혁신이 안 될 경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예를 들어 출마를 검토하나.
=지금까지 당에 깊이 관여했는데 당이 필요로 하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본다. 득을 보는 것은 피해도 당을 위해서 희생할 일이 있으면 쉽게 거절할 수 있겠느냐.
▶어제 사조직 격인 징검다리 포럼이 창립됐다. 총선‧대선 등과 관련된 조직인가.
=포럼에 대해서 사실은 잘 모른다. 저는 대표나 고문직도 아직 안 맡았다. 고무적인 것은 2030, 특히 20대가 200명 이상 참석했다. 창립 행사를 마치고 나서 청년들과 따로 자리를 했다. 저로선 참 보기 좋았다.
▶차기 권력에 관심이 있나. 현 제도대로 대선인지 아님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나.
=차기 권력에 대해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비대위원장도 하고 싶은 적도 없었지만 했듯이 숙명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 늘 이야기 하지만 내가 뭐가 돼 보겠다는 생각보다 나라가 이렇게 갔으면 한다, 이런 고민은 있다.
권력구조의 문제는 심각하다.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 묻는다. 권력의 분산이라고 하는데 저는 책임의 분산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그런대 국회를 보면, 권한에 비해 책임이 작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것이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것이다. 선출된 총리는 자율성을 갖고 내각을 운영한다. 국회가 책임을 느끼면, 특히 집권당이 책임 느끼면 야당과 손을 잡아야한다.
지금이라도 집권당이 하고만 싶다면 의원총회에서 총리를 선출해서 대통령에게 제안하면 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받을 것이다.
▶이해찬 대표에게 하는 조언인가.
=(이 대표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그 말(총리추천제)을 많이 했다. 나 같으면 추진할 것 같다.
▶북미회담 성과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나.
=(비핵화 같은) 빅딜의 가능성은 별로 없고, 스몰딜, 영변 등 (핵시설을) 일부 폐쇄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그 가운데 종전선언 가능성이 나온다. 종전선언이란 것이 다른 나라도 관련된 것이다. 설령 북미가 합의해도 당장은 무슨 큰 의미기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스몰딜은 받아들일 수 없나.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부가 북핵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 입장에선 간단하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정도만 폐기하고, 핵이 동결되면 미국이 손해 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이 정부에선 아마 북한이 설마 남한을 향해 핵을 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북한 핵이 존재하면 일본은 어떻게 할까. 일본이 군사대국화하고 핵무장을 주장할 것이다. 일본 정부도 부담이다. 그래서 일본도 미국에 압박이든, 하소연이든 북핵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자, 그런 이야기를 최근 방일 중에 일본 측에 말했다.
▶퇴임 뒤 미국에 왜 가나. 발간하는 책은 무슨 내용인가.
=쉬러 간다. 미국 가서 지내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다 보면 또 다른 정치 개혁의 화두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책은 정말 비정치적이다. 지금은 다 시집을 갔지만, 우리 아이들을 키워낸 이야기다. 이것도 의미가 있다. 한국 보수 정치가 정치 그 자체만을 보수라고 한다. 가족에 대해 책을 쓰는 것은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가족이라는 제도, 그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