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보석심문 기일에서 "검찰이 왜곡된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양 전 대법원장은 구치소에서 한 수감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운을 뗐다.
그는 "한 수감자가 내 방 앞을 지나가면서 검찰이 대단하다고 감탄을 드러냈다"며 "수감자들은 재판을 받으며 법원을 하늘 같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까지 시켰으니 정말 대단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은 "나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검찰이 법원을 쥐 잡듯이 샅샅이 뒤져서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300 페이지 공소장을 만들어냈다"고 비꼬았다.
또 "(사법농단) 사태가 제 재임기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사실 왜곡까지 용인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몇가지 말이나 문건, 추측을 보고 쉽게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더구나 대법원의 재판 과정에 대해서는 너무나 이해력이 없어서 그것을 설명하기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구속 상태로는 재판준비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사건은 피고인 본인이 아니면 그 전후 관계를 가늠하기도 어렵다"며 "제가 진술한 것이 조서에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됐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만쪽에 달하는 증거 서류가 내 앞을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며 "구치소에서 검토하려면 아마 백분의 일도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라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을 풀어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피고인은 지난번 영장이 발부돼 구속된 이후 변경된 사정이 없다"며 "증거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바로 보석을 청구한 것도 설득력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고령이라고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구속재판을 받은 점을 보면 보석해주는 건 부당하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증거인멸을 지시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과거 양 전 대법원장이 변호인들로 하여금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잘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며, 변호인들이 직접 증거인멸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 TV)에 찍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 최정숙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증거인멸) 그 부분은 사실이 전혀 아니다"라며 "자세한 사항은 정식 재판 때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측과 검찰의 주장을 참고한 뒤 적절한 시기에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