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조현아 동영상이 남긴 3대 비극

'키다리 아줌마' 조현아 전 부사장을 찾습니다


지난 25일 CBS 보도국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일본의 한 민영 TV 방송사였다.

"노컷V에서 방송한 조현아 씨 동영상을 제공해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였다.

제공료 지급을 언급하기까지했다.

당연히 영상 제공을 거절했다.

자체 촬영한 영상도 아니고 영상을 이용하려는 일본 방송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Korean Air' 패밀리의 기행은 안 그래도 Korea를 비판하고 싶어 안달인 일본 매체들에게 더 없이 좋은 소재가 될 터였다.

이미 CNN은 해당 동영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던 참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욕설 동영상은 국가의 비극이자 한 가족의 비극이기도 하다.

해당 동영상에는 안타깝게도 두 아이가 등장한다.

한 아이는 흡사 가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식탁에서 밥을 먹고, 또 다른 아이는 엄마의 영어 고함에 두 귀를 손으로 막고 있다.

"You heard too right? I keep on telling you not to eat before dinner, you heard, right? the jelly" ("너도 들었지? 저녁 먹기 전에 젤리 먹지 말라고 너에게 말한거 들었지?")

이 대목에서 사실 자녀들이 조금 걱정 된다.

조 전 부사장의 고성, 욕설, 기행을 보면 그녀의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전 이사장은 2018년 '공사장 난동', '운전기사 상습 폭언·폭행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둘째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물컵 갑질' 음성파일이 공개돼 입방에 올랐다.


거실에는 누군가 물건을 던져 부서진 흔적이 가득하다.

말다툼이 이어지자 조 전 부사장이 다시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든다.

남편은 아내를 특수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며 아내가 자녀를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남편이 알코올과 약물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아이들에게 무관심했다고 반박하며 명예훼손 등 형사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부부는 이혼소송 중이다.

양측의 주장이 다르지만, 아이들이 부모의 싸움에 노출돼 왔다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다시 여기서 2017년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땅콩회황 사건 후 조 전 부사장이 서울시 동작구에 있는 한 보육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자원봉사활동 모습 말이다.

보육원에서 조 전 부사장은 '키다리 선생님'으로 불렸다고 한다.

보육원 관계자도 조 전 부사장이 아이들과 잘 어울려 봉사활동을 잘했다고 전했다. 아이들도 조 전 부사장을 잘 따른다고 했다.

서울시 동작구 한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모습. (사진=인터넷 캡처)

땅콩회항 후 조 전 부사장이 달라졌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취재진이 많은 관심을 보이자 부담스러움을 느낀 조 전 부사장은 보육원 봉사활동을 멈췄다.

당시 대한항공 홍보팀은 쌍둥이 자녀를 돌보느라 시간이 바빠지기 시작했고 보육원 봉사활동 보도 후 언론 취재가 늘어나 봉사활동을 멈췄다고 전했다.

이어 봉사활동은 아니지만 비공식적으로 자매결연을 맺은 일부 아이에게 후원을 계속 한다고 전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이번 욕설 동영상을 통해 또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이다.

당시 그 모습을 진짜로 믿고 보도에 열을 올린 언론의 비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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