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가 풀려야"…은행들 대북협력 사업 정중동

은행들 대북사업 기구 설치…북한 연구 진행 중
'세컨더리 보이콧' 논란에 '구체 행동'은 정체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상황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시중은행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은 본격화하기 이르다. 각 은행은 대북 국제제재 해소 등 사업 토대가 조성될 때까지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내실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대북 사업 구체화의 계기를 만들어 낼 것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북 제재가 해제될 것인지가 핵심적 관심사항이다.

수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1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화기류가 자리잡은 지난해 각 은행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 기구를 만들고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우리은행은 남북금융협력지원TF, 금강산관광지구에 지점을 뒀던 농협은행은 남북금융협력추진위원회를 각각 내부에 설치했다.

남북경협금융 랩(신한은행), 북한금융연구센터(KB금융지주), 남북하나로금융사업 준비단(하나은행) 등도 지난해 만들어졌다. 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도 관련 기구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컨더리 보이콧' 논란이 불거져 은행권 대북사업 관련 연구가 위축됐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내 주요 은행들을 상대로 전화회의를 열어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은행들은 구체 행동 없이 '스터디'에 치중하고 있고, 일부는 "기구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북미 정상이 베트남에 모인 현재도 UN의 대북제재,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 등 국제사회의 규제 체제에는 변화가 없다. 은행들이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뭔가 시도하지도 않았는데 세컨더리 보이콧이 거론되니 구체적인 사업 진행이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북 제재 해제 전에 은행이 먼저 나서는 것은 불가능이다. 동향을 주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려면 미리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금융계 인사)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시중은행 관계자가 참여하는 토론회, 독자적인 연구보고서 등을 통해 은행들의 북한 진출 방안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휴대전화 이용자 증가세를 반영한 모바일금융 협력, 북한의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리스크가 낮은 사업부터 순차 진출, 농업의 경우 비료·농기계 등 거래를 은행이 중간에서 매개하는 이슬람식 금융기법 활용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이들 아이디어의 대전제는 다시 '제재 해제'로 귀결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공고한 체제를 개별 은행이 혼자 뚫고 나갈 방법은 없다"며 "또 대북 제재가 해소된 뒤에도 북한의 내부 법령 정비, 국제금융 기구의 참여, 우리 국책은행의 SOC 구축 등 여러 단계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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