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α'·제재완화 및 종전선언···북미정상회담 핵심 의제는?

비건 대표 언급한 '영변 너머(beyond)' 얼마나 합의될까
북한 비핵화 수준에 따라 미국이 내놓을 경제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 결정될 듯
연락사무소 및 경제제재 완화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할까
靑 "북미 2자 종전선언도 가능" '한반도 평화체제' 기틀 다지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베트남 하노이에서 27~28일 양일간 열릴 북미정상회담의 막이 올랐다. 이번 회담은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데 북미 양측이 의견을 함께 하고 있지만, 관건은 어떤 수준에서 합의하느냐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수준까지 양보할 것인지, 이에 대해 미국은 어떤 수준의 경제 제재 완화 조치를 해줄 것인지가 골자다.

외교가에서는 북미 양측이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등 북한의 핵물질 생산 시설이 집중된 영변 지역 핵시설부터 손 댈 필요가 있다는데는 공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결' 수준에서 더 나아간 조치가 될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미 남북정상이 지난 9월 영변 시설의 영구폐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 한반도 비핵화, 구체적 수준까지 합의 이뤄질까

북미는 지난 싱가포르에서의 1차 정상회담에서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2차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기사를 통해 "6·12조미공동성명에서 천명한 대로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불변한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양측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를 이루는가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을 통해 "동창리와 풍계리에 관련한 약속 이외에도,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과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당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해체와 파괴를 약속했다. 영변 너머로 뻗어나간 이러한 시설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개략적으로 미국이 바라보는 비핵화의 수준을 밝힌 바 있다.

이 중 핵심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기 및 검증이다. 이 조치가 이뤄지면 북미가 비로소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에 들어선다는 측면에서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북한 전체 플루토늄과 핵무기 생산 능력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결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핵심은 검증"이라면서 "북한이 과거에도 영변 핵시설 동결까지는 합의했었지만 사찰과 검증은 거부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외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 및 검증은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미 약속이 이뤄졌고 풍계리 핵실험장도 북한이 비핵화 상응조치로 선행한 것이어서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크게 진통을 겪지 않아도 될 의제로 보인다.

비건 대표가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변 너머'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비건 대표는 포괄적 핵신고와 전문가들의 사찰 및 검증, 핵물질 및 무기와 미사일 등 제거와 파괴 등을 제시한 바 있다.

◇ 연락사무소 설치? 경제 제재 완화?···'새로운 북미관계' 어떻게 합의될까

북한은 비핵화 조치에 따를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우선 거론된 것은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상호 연락관 교환이다. 연락관 교환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공동성명에 담긴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과 관련된 사안이다.

앞서 북한과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에도 연락사무소 개설을 포함시켰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 2차 회담에서 연락사무소 개설이 합의되면 25년만의 재추진이다.

국교정상화는 통상 이익대표부 설치→연락사무소 설치→ 상주대사관 설치 순으로 이뤄진다. 연락사무소 설치가 현실화된다면 궁극적으로 양국 주재 대사관이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어서, 북미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여행금지국 해제나 태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화교류 확대, 김 위원장 일가 등에 대한 블랙리스트 해제, 대북인도지원 확대 등의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미 측의 경제제재 완화다.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를 강하게 주장해왔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다만 미국 내부에서도 납득할만한 수준의 비핵화 조치없이 북한 경제를 효과적으로 틀어쥘 수 있는 핵심 조치인 경제제재를 쉽게 풀어주면 안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추이를 지켜볼 문제다.

북한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도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를 포함한 상응조치를 암시하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 靑 "북미 2자 종전선언도 가능"···'한반도 평화체제' 기틀 다질까

남북 정상은 앞서 판문점 선언을 통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합의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 비건 대표 역시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됐다"며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이 있고, 특히 북미 2자간 합의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다르다.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의미로서 종전선언이 본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우리와 중국, 미국과 중국은 이미 수교를 했고, 남북은 두 번의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로 사실상 종전선언과 불가침 선언을 했기에 이제 남은 것은 북한과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북미 간 하노이에서 진행된 실무회담에서 얼개가 잡힌 비핵화 로드맵에 종전선언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영변 핵시설과 관련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종전선언의 전 단계인 북미 간 평화선언 수준에서 이번 2차 회담은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경제제재 완화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종전선언 역시 북한이 원하는 핵심 상응조치 중 하나"라면서 이번 회담에서 경제완화와 종전선언 중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둘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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