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울분 공화국? '나'로 살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말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감정, '울분'
분노, 억울, 복수, 자기비난..복합 감정
10명 중 1명 '울분' 느끼며 살아..독일 6배
사회적 갈등, 양극화, 고령화 등 외적요인
정책 입안 시 '울분' 감정 고려할 필요있어
'세상은 공정하다'는 '신념'줄 수 있어야
독일 통일 과정에서 시작된 '울분' 연구
우리도 남북 통일 대비 차원 연구 필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2월 25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 정관용> 회사생활 하거나 또 뉴스를 보다가도 울분이 터질 때 있으시죠? 이게 무슨 얘기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조사를 했는데요.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의 울분을 느끼며 사는 한국인이 독일보다 무려 6배가 많다고 하네요. 무엇이, 왜 이렇게 우리를 화나고 열 받게 하는 건지 이 조사보고서를 직접 작성하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유명순 교수를 오늘 초대했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유명순> 안녕하세요.

◇ 정관용> 울분이라고 하는 것의 개념 정의가 되나요?

◆ 유명순> 그런데 사실 학자들도 뭐라고 이야기를 하냐 하면 울분이라는 건 전문적인 설명이나 해설이 필요 없는 우리가 다 아는 감정이라고 말을 합니다. 저도 동의를 하고요. 그래서 진행자님을 제가 오늘 처음 뵈었지만 저희가 앉아서 서로 느꼈던 울분.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같이 느끼는 울분. 또는.

◇ 정관용> 울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 유명순> 그렇죠. 그런 것들을 갖고 얘기를 하다 보면 공통된 게 있는데요. 우선은 굉장히 부당한 취급이나 부당한 결정에서 비롯되는 분노감이 있고요. 그런데 그게 억울한 겁니다. 그러니까 복수하고 싶고 그대로 당한 만큼 되돌려주고 싶은데. 그게 일종의 굉장히 자기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좌절이나 무력감이 있고요. 끝으로는 이제 이 모든 것에서 나는 그때 왜 거기를 갔을까. 예를 들면 나는 그때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을까처럼 저런 자기 책망하고 자기를 비난하는 이런 서럽고 속상한 쓰라린 감정이 함께 있는 이 혼합된 감정이 울분입니다.

◇ 정관용> 분노, 억울함, 복수심, 좌절감, 자기 책망감 이런 것들이 뒤엉켜 있는.

◆ 유명순> 그래서 굉장히 울분의 정의를 할 적에 단순한 단일 감정이 아니라 혼합감정 혹은 복합감정이라고 말을 하죠.

◇ 정관용> 그런데 이 울분을 어느 정도 느끼는지 이런 걸 조사하셨던 거잖아요, 어떤 방식으로 조사합니까, 이런 거는?

◆ 유명순> 그게 굉장히 중요하죠. 만약에 그러한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다면 저희가 조사를 시작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공부를 통해서 독일에서 제안된 측정도구가 있는 것을 알았고 또 스위스 베른대학 팀이 만든 도구가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두 개의 도구를 각각 적용을 했고요. 다행히도 그 독일팀이 개발한 도구는 한국의 정신의학자들께서 한국형 도구로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훨씬 더 신뢰성 있게 조사를 할 수가 있었고 스위스팀이 개발한 도구도 굉장히 중요한 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게 도와준 겁니다.

◇ 정관용> 구체적으로. 독일형을 벌써 한국형으로 바꾼 이런 게 뭘 어떻게 물어봐서 어떻게 답변을 얻어내는 겁니까?

◆ 유명순> 중요한 질문이신데요. 독일에서 개발된 질문은 우리가 왜 우울이라는 것을 자가 측정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우울감이 높구나라고 생각하면 주변에 도움을 구하거나 혹은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물어보게 해서 그 결과에서 위험한 신호가 오면 상담을 의뢰하는 것처럼 자가 측정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총 19개. 스위스팀 건 한 18개의 문항으로 구성이 돼 있는데요. 그래서 그 내용들을 응답을 하면 평균점수를 내고요. 그 평균점수를 정신과나 아니면 심리학자들이 만든 기준에 따라서 이제 높고 낮거나 중증이거나 정상이거나 이렇게 구분을 해서 보는 겁니다.

◇ 정관용> 그 18개, 19개 문항을 다 소개할 수는 없고 예컨대 한두 가지.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사진=시사자키팀 제공)

◆ 유명순> 첫 번째로 독일팀에서 만든 외상후 울분장애를 자가로 측정하는 도구에서는 ‘지난 1년 간 나의 감정에 큰 상처를 주고 심각한 울분을 느끼게 하는 일이 있었느냐’. 매우 그렇다, 그렇다. 이렇게 묻는다든지. 그리고 ‘내가 볼 때 굉장히 정의에 어긋나고 부당하게 생각되는 일이 있느냐’.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합니다. 그런데 아까 18개짜리라고 이야기한 스위스팀의 경우는 어떻게 묻느냐 하면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내가 한 노력은 잘 인정받지 못하고 내가 만약에 작은 실수를 하면 그건 즉각 비판을 받을 것이다’. 이런 식의 질문들을 18가지를 만듭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이번에 한국인 몇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죠?

◆ 유명순> 2024명 대상으로 했습니다.

◇ 정관용> 2000명 이상? 그랬더니 독일보다 6배?

◆ 유명순> 6. 5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사실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습니다.

◇ 정관용> 물론 그렇습니다마는. 그러면 100명 중에 몇 명 정도가 그런 게 가득 차 있는 거예요.

◆ 유명순> 그러니까 100명 단위로 할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전체 2000명 중에서 만약에 전체 인구 집단 중에 한 14. 7%, 약 15% 정도는 상당히 일상생활에 지장에 있을 만큼의 높은 울분이고. 아까 제가 스위스팀 걸 아까 언론보도에서는 말씀을 안 드렸었는데 그 경우는 훨씬 더 높아서 저희 전체 응답자의 한 46%정도가 나는 높은 울분 상태다라고 봐도 될 만큼의 현황이었고요. 두 개를 교차해서. 그러니까 독일팀의 도구로든 스위스팀의 도구로든 울분이 높은 사람들은 전체 응답자의 한 12%. 그러니까 한 전체 만약에 100명, 10명이 높는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울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심각하고 또 이 결과는 남일이다가 아니라 바로 제가 맨 처음에 울분은 우리가 다 아는 감정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간단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10명 가운데 한 1명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만큼의 울분을 갖고 있다?

◆ 유명순> 12%니까 사실은.

◇ 정관용>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이죠. 그런데 2개 같으면 그런 게 100명 중에서도 한 서너 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왜 이런 거예요, 우리나라가.

◆ 유명순> 그런데 저희 연구가 제가 정신의학적으로 울분을 다루는 게 아니라서. 말하자면 정신병리의 상태로 울분을 봤다기보다는 저의 초점은 그리고 저희 연구팀의 나름 접근의 기본은 울분의 내적인 기질적인 유발자보다는 울분의 외적인, 즉 사회적인 유발요인을 찾아내는 데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게 더 중요할 수 있어요.

◆ 유명순> 그래서 이제 열심히 분석을 했고요. 그랬더니 확인한 여러 가지 것들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 대부분이 제가 생각할 때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들. 남녀의 갈등, 난민을 대하는 문제. 아니면 서로 성격이 다른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서 느끼는 울분이라든가 저출산을 둘러싼 청년세대와 기존 세대의 갈등 같은 이런 것들을 설명하는 데 영향이 있다고 우리가 볼 수 있는 좋은 결과를 찾은 거죠. 예를 들면 그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얼마나 직장과 학교에서 서로를 인정해 주는가. 그리고 이제 서로 하기로 했던 공적인 규칙들 있잖아요. 납세나 병역이나 그런 의무들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가. 그리고 내가 좀 더 상대적으로 힘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남용하거나 하지 않고 공정하게 쓰는가 이런 것들이 우리 한국인들의 울분감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영향요인이었다는 것을 확인을 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중증 울분을 겪는 이들이 독일보다 6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왔다. (사진=유명순 교수 연구팀 제공)

◇ 정관용> 직장, 학교 이런 데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고.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납세, 병역 등의 의무는 나만 하고 특권층들은 빠져나간다 이런 식의 부당한 인식. 그리고 권력남용이 심각하다 이런 거.

◆ 유명순> 이런 것들이 바로 새삼스러울 게 없으나 중요한 것은 여기 두 번째의 울분이 제가 생각할 때 잠재력인데 사실 어느 사회나 양극화문제가 있다고 하고 대부분의 선진화된 국가들은. 어느 나라나 이런 고령화의 위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다른 나라들처럼 다양한 사회정책을 씁니다. 그런데 이 사회정책 하나하나는 평가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 사회정책을 무엇을 위해서 하느냐를 생각해 보면 적어도 울분이 없어야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 이런 울분연구는 이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사회정책의 성공적인가라고 하는 성공사회를 평가해 보는 그런 점에서도 의미가 좀 있으리라고 봅니다.

◇ 정관용> 아직까지는 그러니까 사회정책이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정도로까지는 못 가고 있다.

◆ 유명순> 점수만 보자면 그럴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특정지표나 어떤 특정행동들을 일으키는 데 있어서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좀 더 기본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 그리고 앞으로 시작될 여러 사회정책들, 다양하게 있는 이런 것들이 울분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뭘 더 해야 되고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좀 기여하는 바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정관용>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 같은 게 우리 사회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우리 정책이 국민들 마음 못 따라잡아요. 그런 것들이 국민들한테 눈에 보이니까 또 그게 정부를 향한 또 정치권을 향한 울분으로 또 드러나는 거.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 유명순>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또 하나 이 계층 간에 울분을 느끼는 정도가 극명히 또 차이가 난다고요.

◆ 유명순> 그런데 이 계층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예를 들면 소득수준이나 아니면 고용 상태 같은 것들. 저희 연구가 밝혀낸 흥미로운 결과는 주관적인 계층 인식입니다. 그러니까 주관적인 계층 인식은 객관적인 거랑 달라서 그냥 내가 볼 때 나는 한국 사회에서 하위층이야. 그러니까 상위층이라고 스스로를 이렇게 정체성이라고 하는데 나는 상위층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나는 이 사회의 하위층이야, 하류야, 혹은 흙수저야 이렇게 인식을 하면 울분 집단에 들어가게 될 위험이 커지는 거죠.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할 때 귀하께서는 성장하시는 과정에서 어느 계층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과거의 계층에 비해서 지금 한 단계라도 좀 상승을 했으면 그 위험이 적은데 과거에 비해서 하나도 안 달라졌거나 과거보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인식할 경우 이제 울분의 위험이 높아지는 그 영향력이 큰 것을 확인한 것은 보통 우리가 주관적 계층 인식을 박탈이라는 개념, 주관적인. 그리고 우리 사회가 자꾸만 나를 살게 해 주는. 이게 중요한 메시지라고 보는데요.

나를 가능한 나를 살 수 있도록 툴도 주고. 그러니까 방법도 주고 기회도 주고. 그건 모든 것의 저변에 공정해야 된다는 게 있을 텐데요. 이게 안 되니까 자꾸 타인하고 비교하고 타집단하고 비교를 하면 그런 부정적 사회 비교의 결과로 하위층 인식을 하게 되고 과거 대비 자꾸 이런 부정적인 사회비교를 하고 그것이 이제 감정에 미치는.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하나만 추가를 드리자면 울분의 잠재력은 그냥 부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불공정한 일을 겪었다 그 자체보다는 그게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갈 때 해석할 수 있는 안정감을 주는 신념이 있습니다, 믿음이죠. 그게 뭐냐 하면 세상은 공정하다. 그리고 세상은 나와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공정할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저희가 측정을 했는데요. 이것도 해외에서 개발이 됐고 국내에서도 쓰여지는 도구인데요. 그렇게 해서 보니까 대부분 부정적인 생애사건을 많이 겪은 그 자체가 울분을 설명하는 것도 있지만 그게 그 신념을 깨면서 그러니까 학술적으로 설명된 개념을 뒷받침해 주는 자료가 나온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쁜 일이 나에게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저도 그런데요. 살다보면 타고난 그리고 현재 나에게 주어진 여건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좀 더 많은 불행하거나 안 좋은 일을. 어떤 사람은 그런 부정적이거나 불행한 일을 덜 겪을 텐데 그 숫자 자체보다도 그게 그런 과정에서 공정하게 치러지고 공정하게 다루어지는 걸 알면 신념이 안 깨질 텐데 그게 이제 신념을 위반하고 깨뜨리면 그 대응으로서 울분이라고 하는 감정이 생긴다 이게 심해지면 큰 문제가 되는 것이고요.

◇ 정관용> 외상후 울분장애라는 용어까지 있네요?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 유명순> 독일에서 아까 제가 말씀드린 마이클 린든이라고 하는 교수와 그 교수들이 진단명을 하나 만들었는데요. 그 진단명이 아직까지는 국제질병분류체계라든지 정신질환 분류체계에 정식 등재가 되어 있지는 않으나 그 외상후 울분장애가 이제 소위 말하는 아까 제가 말씀드린 비교적 정상적일 수 있고 사회적인 감정일 수 있는 울분이 아주 극심해지는 상태. 그래서 사회생활이나 어떤 역할이 잘 수행되지 못하고 너무나 그 생각에 사로잡혀서 다른 일을 할 수 없고 수면장애나 식이장애가 올 이런 상태에 해당되는, 말하자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랑 상당히 유사한 형태로 외상후 울분장애라는 게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장애를 이제 굉장히 전문적인 진단을 필요로 하지만 아까 저희가 조사한 것은 사회적 감정으로서의 울분이었기 때문에 이제 자가 측정도구로써 쓴 겁니다. 진단명은 나와 있습니다.

◇ 정관용> 이런 외상후 울분장애의 중증으로까지 가다 보면 소위 묻지마 범죄 이런 것들도 막 설명되고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 유명순> 아주 정확하게 보셨고 또 제가 사실 고민하는 바로 그 출발점이었죠. 왜냐하면 저희가.

◇ 정관용> 상호혐오.

◆ 유명순> 그렇죠. 정확하십니다. 그래서 문헌에서도 울분이 어떤 사람의 기본적인 심리적인 균형을 깨버릴 때 생겨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는데. 하나가 혐오 표출이고요. 그리고 자기와 상대를 향한 파괴적 행위들입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영어로 헤이트 그리고 셀프나 아니면 아덜스, 그러니까 타인을 향한 디스트력션이라는 단어를 쓰는데요. 아직까지 국내에서 울분감과 이런 파괴적 울분 사이의 연관은 연구되지는 않았습니다마는 해외에서도.

◇ 정관용> 추정해 볼 수 있죠.

◆ 유명순> 그래서 올해 저희가 좀 더 다양한 학제에 계신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기획하고 있는데요. 거기서 어떤 더 나은 사실정보나 결과들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를 합니다.

◇ 정관용> 말씀 쭉 듣다보니까 우리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화병이라는 단어. 이건 정말 한국적인 거라서 영어사전에도 화병이라고 쓴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거하고 이거하고는 관련이 어떻다고 보세요?

◆ 유명순> 중요한 질문이시고 저도 사실 여러 번 질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다행이고 또 감사하게도 일부 연구자께서 화병과 울분을 비교한 논문을 쓰신 적이 있어서 참 반가웠죠. 왜냐하면 저 혼자의 생각이었다고 하면 안 될 테니까요. 그런데 이제 상당히 비슷한 부분들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아마 제가 마치 울분이 다 아는 감정이다라고 한 것처럼 화병도 우리가 모르는 감정이 아니죠. 그러니까 다만 이제 비교를 위한 차이를 보자면 이제 그 연구에서는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해 보면 울분점수하고 화병점수가 동일하지 않았다는 데서 시작을 하는데 설명하시기를 화병은 상당히 문화적인 관계. 그러니까 가족관계. 예를 들면 고부관계라든지 이제 이런 문화적인 감정이고. 중요한 게 화병은 감정을 억누르는 경향성이 있고요. 그런데 울분감은 표출이 된다는 거죠. 문제의 발생이나 문제해결을 위해서 에너지가 바깥으로 향하는 그런 점에서 좀 차이가 있다.

◇ 정관용> 바로 그 대목이 바로 들어오네요. 화병으로 속앓이를 한다고 하지. 그게 터져서 뭐가 폭력행위가, 이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 울분. 특히 사회적 울분 이것은 혐오와 파괴적 행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그러면?

◆ 유명순> 그걸 저희야 연구자니까. 그런데 우선은 제가 오늘 나온 것도 부족하지만 나와서 연구를 설명하고 하는 것은 사회적 대화 같은 것들을 많이.

◇ 정관용> 의제화시키는 거죠.

(사진=자료사진)

◆ 유명순> 그런 노력이라 좀 긴장도 했고 걱정도 했지만 나와서 이렇게 대화에 초대를 해 주셔서 감사히 나올 수가 있었고요.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 저희가 한 첫 번째가 현황의 파악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저희 일을 충실히 해야 될 것 같은 게 우선은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해외 학자들도 일반인 인구집단을 위한 연구가 참 부족하다는 지적들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아니면 상담을 하는 차원에서 울분문제를 소수 표본을 놓고, 소위 말하는 응답자가 작은 규모로 하지만 우리처럼 시의성이 있고 또 잠재력이 있는 주제일 때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조사가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을 저희는 해야 될 테고요.

정책이나 혹은 정치와 분야에 계시는 분들은 한 번 정도 해 오고 있는 혹은 하려고 하는 정책 혹은 어떤 정치적 노력들과 그것이 일으킬 수 있는 울분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제가 강조를 드리고 싶은 건 아까 이미 진행자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특정인구집단들. 주로 해외에서 지적이 되고 있는 것은 노동하는. 그러니까 이 노동은 직장도 있지만 학교도 있습니다. 이런 데서 차별이나 아니면 배제 혹은 불공정이 일으키는 울분 감정. 그리고 이제 아주 중요하게도 이주나. 해외에서 이주를 해 왔다, 아니면 결혼으로 이주를 했다. 이런 데서 생겨나는 적응의 과정에서 우리가 그들을, 그러니까 내가 남을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우할 거냐와 관련해서 내린 선택이 일으킬 수 있는 울분 이런 것들이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을 해 봅니다.

◇ 정관용> 그렇죠. 정책담당자들은 자기들이 생각해내고 있는 그 정책이 오히려 국민들의 울분을 자극하는 거 아니냐. 한 번쯤 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 말씀이신 거군요.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 유명순> 갈 길이 굉장히 멀죠. 이제 저희 첫발을 뗀 셈이고요. 그런데 생각보다도 많은 관심과 호응이 있었기 때문에 고무적이지만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고요. 저는 기본적으로 저희 이 울분은 다각제가 그리고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협동 연구하셔야죠.

◆ 유명순> 그래서 일단 당장 제가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 남북관계에 여러 좋은 조짐이나 신호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 혹은 한반도의 번영이나 평화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울분이라고 하는 것들을 생각하는 연구가 있는데 그 이유는 울분이라고 하는 진단명 혹은 울분이라고 하는 문제가 독일의 통일을 배경으로 해서 시작됐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우리도 갑작스럽게 통일이 이루어진다거나 우리 충분한 준비 없이. 그러다 보면 가뜩이나 울분에 가득 찬 우리 사회가 그게 더 폭발해 버릴 우려도 있는 거니까 그런 관점의 연구들을 준비하고 계시다? 기대하겠습니다. 한국사회와 울분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하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를 함께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유명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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