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 측은 피고인 방어권을 위해 불구속재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검찰은 이에 맞서 사안의 중대성과 양 전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들며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심문기일을 연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법정에 직접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보석심문 기일에는 피고인 출석이 의무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난 19일 재판부에 14쪽에 달하는 보석허가청구서를 제출하며 구속재판이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현재 구속이) 일종의 징벌로서 무죄추정원칙과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이 무시된 채 보복 감정의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조사가 마쳐지고 증거가 확보되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내지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가 개시되기 이전부터 이른바 '사법농단의 최정점'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수사기관의 언론 플레이로 결국에는 인신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풋볼선수였던 OJ 심슨의 사례를 제시했다. OJ 심슨은 1995년 자신의 아내 등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지만 형이 선고되기 전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이 보석으로 풀려나야 할 사유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은 8개월 동안의 수사를 통해 이미 증거수집 활동을 모두 마친 상태"라며 "피고인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법원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한 점을 들어, 직접 관여 정도가 적은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될 사유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구속 상태에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알려진 수사기록만 20만쪽이 넘는 상황인만큼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확인과정이 필요하다"며 "구치소에서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주장하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도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깊숙이 개입해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규진 수첩 △김앤장 독대 문건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등 직접적인 물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작성한 업무수첩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大(대)'라는 표시와 함께 기재됐다. 또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V' 표시를 남겼다. 김앤장 독대 문건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의 한상호 변호사를 만나 일제 강제징용 소송 절차를 논의한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날 보석심문은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비공개로 심문을 받겠다고 요청하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공개 유무를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