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측 "사람이 우선 살아야…급사 위험" 석방 요청

김기춘·조윤선측, '화이트리스트' 강요 인정에 "위험한 법리"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기춘(80)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이 "사람이 우선 살고 봐야 정의구현도 되는 것"이라며 구속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25일 서울고법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이같이 말하며 구속 집행정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80세의 고령으로, 심장 혈관에 스텐트 시술을 한 고위험 환자"라며 "피고인의 의료 기록을 검토한 의사가 '급사' 위험을 언급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 지원단체 배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별도 재판을 받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며 "두 사건이 병합돼 재판받았을 경우를 고려해 선처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직권남용죄는 무죄를, 강요죄는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행위가 비서실장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고 업무적인 형식과 외형을 갖췄다고 볼 수도 없어 직권남용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금 지원을 강요한 것은 사적 자치 원칙을 침해했다는 게 1심 판단이었다.

변호인은 강요죄 유죄 판단에 대해 "1심의 논리대로라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지시가 아닌 '협조 요청'을 해도 강요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라며 "상당히 위험한 법리"라고 비판했다.

강요죄가 인정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변호인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부에서 민간에 협조를 요청해 진행한 일이 수없이 많다"며 "상대가 부담을 느꼈다고 해서 강요죄를 인정한다면 너무 광범위한 형사책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 전 실장 등의 항소심 재판은 지난해부터 시작됐지만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서 이날 갱신절차를 밟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