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강정호는 25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레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시범경기에서 대폭발했다. 두 타석에서 홈런 2방을 몰아치며 2타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4년 만의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지난 공백이 무색할 정도였다. 강정호는 2016시즌 뒤 입국한 비시즌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질렀다. 이전 음주 운전 사실까지 드러나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강정호는 미국 대사관에서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2017년과 지난해를 거의 통째로 쉬어야 했다.
이런 방황에도 야구 기량만큼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지난해 극적으로 취업비자를 받은 강정호는 부상까지 겹쳐 시즌 막판에야 복귀해 3경기 6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비시즌 착실하게 훈련해 올해 첫 시범경기부터 맹타를 뽐낸 것이다.
강정호의 친구 류현진도 깔끔하게 출발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공 13개로 1회를 막아냈다.
류현진 역시 2월 시범경기는 오랜만이다.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2015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왼 어깨 부상을 입어 수술과 재활로 거의 2년을 통째로 쉬었고, 2017년과 2018년에는 2월 시범경기 등판이 없었다. 올 시즌 컨디션이 그만큼 좋다는 방증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둘의 최근 몇 년은 아쉬움이 남았다. 강정호는 사고, 류현진은 부상이었다. 이런 악재 전의 모습을 되찾아야 할 시즌이 2019년이다. MLB 데뷔 초의 패기와 기량을 찾아야 한다.
먼저 강정호는 2015년과 2016년 229경기 타율 2할7푼3리, 출루율 3할5푼5리, 장타율 4할8푼3리, 36홈런, 120타점을 올리며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견실한 내야 수비를 펼치면서 풀타임으로 뛸 경우 20홈런 이상을 때려줄 선수로 각광을 받았다. 2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첫 시범경기부터 불을 뿜은 만큼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2013, 2014년 연속 14승을 따내며 빅리그 수준급 선발로 떠올랐다. 그러나 부상과 재활로 2년을 보냈고, 복귀한 뒤 2년도 성에 차지는 않았다. 2017년 5승9패 평균자책점(ERA) 3.77을 거둔 류현진은 지난해 7승3패 ERA 1.97을 기록했다. 지난해 성적은 나아졌지만 사타구니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을 쉬었다. 올해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2013, 2014시즌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은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 계약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종료돼 FA 신분이 됐다. 그러나 시장에 나오기보다 다저스의 퀼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여 1년 1790만 달러(약 200억 원)에 계약했다. 올해 완벽한 부활을 이뤄 더 큰 대박을 노리겠다는 의도.
강정호도 지난 시즌 뒤 피츠버그와 4년 기본 계약이 끝났다. 피츠버그는 1년 연장 옵션 계약을 할 수도 있었지만 550만 달러(약 60억 원)의 적잖은 연봉을 줘야 했기에 계약을 포기했다. 대신 바이아웃 금액 25만 달러를 주고 보장 금액 300만 달러, 옵션 250만 달러 등 최대 550만 달러에 새로운 1년 계약을 맺었다. 안전장치를 둔 것이다. 올 시즌 여부에 따라 강정호 역시 FA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
MLB 데뷔 후 2년 동안 놀라운 성적으로 빅리그에 안착했던 류현진과 강정호. 부상과 사고로 2년 이상 아쉬움을 남겼던 점도 비슷하다. 올해 나란히 완벽한 부활을 노리는 두 동갑내기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꿈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일단 출발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