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는 SNS에 2차례 올린 글을 통해 안 전 지사와 김지은씨 사이가 불륜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여성단체들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2심 재판부가 안 전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근거가 무엇인지 다시금 관심이 모아진다.
◇ 간음 후 '미안하다' 문자…"합의 정황 없어"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우선 안 전 지사와 김씨 사이를 공적인 관계를 넘어 사적인 관계로까지 나아간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유부남인 안 전 지사와 나이 차이가 20살에 이르고 상하관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둘의 관계가 합의하에 일회적인 성관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김씨가 수행비서직을 맡게 된 경위를 봤을 때, 간음이 있기 전까지 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이성적 관심을 가졌거나 그를 연모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김씨가 선배로부터 캠프경험을 추천받았고, 여러 캠프를 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방송, 책 등을 통해 접한 안 전 지사의 소신이나 가치관 등이 마음에 들어 경선캠프에 지원하게 됐다는 김씨의 진술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간음이 있은 후 안 전 지사의 태도도 고려했다.
안 전 지사는 김씨와 성관계를 가진 후 매번 메시지로 '미안하다', '부끄럽다', '사과한다' 등의 내용을 반복해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성관계가 김씨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라고 판시했다.
또 간음 후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수시로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점, 김씨와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한 진술 등을 계속 번복한 점도 유죄 판결에 반영됐다.
◇ 안·김은 '공동운명체'…"지시 거부 불가"
재판부는 김씨가 안 전 지사의 간음을 거절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김씨가 처한 상황을 근거로 내세웠다.
김씨는 안 전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지방별정직 6급이었다. 안 전 지사가 물러나면 인사규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함께 직을 내려놔야한다. 사실상 둘이 '공동운명체'였던 셈이다.
여기에 수행비서 업무에 '상시적으로 피고인의 심기(기분)를 살피고 배려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당시 김씨가 안 전 지사의 지시를 거절할 수 없었을 거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간음이 있은 후 김씨는 전직 수행비서 등에게 피해를 호소했지만 특별한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가 안 전 지사를 '미래 권력'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그의 지위·권세는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했다고 재판부는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김씨가 처한 환경이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더해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검찰조사에서부터 줄곧 일관성이 있고,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사실에 부합하다고 판단해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증인의 진술이)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결국 안 전 지사는 위력에 의한 간음죄 등이 인정돼 지난 1일 징역 3년6개월에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다.